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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명승부(63)] 최초의 아일랜드출신이 카누스티를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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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 칼럼니스트
이인세 칼럼니스트

카누스티 골프코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코스에서 20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북동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골프장으로 올드코스처럼 전형적인 링크코스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78년 전인 1842년에 세워진 역사적인 골프장으로 지난 1931년 이래 8차례의 디 오픈 대회를 치렀다. 7번째인 2007년 대회를 포함해 지난 3차례의 대회가 모두 플레이오프로 승자를 가렸다. 

카누스티는 선수들의 무덤으로도 통할 정도로 어렵고 험난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난 1999년 프랑스의 진 발 데 벨드의 참혹한 패배가 이를 증명한다. 3타 차이를 지키지 못한채 마지막 18번 홀에서 무려 트리플 보기를 범해 2위인 폴 로리, 저스틴 레너드 3자 플레이오프를 치루고 패배한 코스로 기억되는 곳이다. 선두로 나선 선수에게는 마지막 18홀이 악마의 홀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혹독한 값을 치르게 하는 골프장. 2007년에는 누구를 표적으로 삼았을까.

2007년의 우승자는 3회전이 끝나면서 사실상 결정되어지는 듯했다.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9언더파로 단독 선두이면서 2위인 스티븐 스트리커와도 3타차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 밑으로 공동 3위는 3언더파로 최경주 등을 비롯한 무려 7명의 선수들이 속해 있었다. 하지만 무려 6타나 차이가 나는 상태에서 3위의 패드릭 해링턴은 4차전이 끝나면서 공동 선두가 되는 반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세르히오에겐 마지막 4회전이 지독하게 안 풀리는 경기였고 반대로 패드릭은 날개가 달린 경기였다. 마지막 날 경기에서 세르히오는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오버파를 치는 부진을 보이며 2타를 까먹고 가까스로 7언더파에 멈췄다. 반면 패드릭은 14번 홀에서 이글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며 67타를 치고 4언더파를 보태 7언더파로 세르히오와 공동 선두를 이룬다. 두 선수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자마자 승리의 기운이 패드릭에게 쏠리는 듯 했다. 4홀 플레이오프 첫 홀인 1번 홀에서 패드릭은 버디를 낚아, 보기를 범한 세르히오에게 2타차로 일찌감치 리드를 점한다. 16번 홀과 17번 홀에서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해 마지막 18번 홀만 남기게 된다. 자신의 일은 아니지만 8년 전 바로 이곳 18번 홀에서 잔 반 데 빌트가 마지막 홀에서 무너진 사실을 인지한 패드릭은 2타 리드의 상황이니 만큼 아예 드라이브 대신 우드를 잡고 안전한 플레이를 시도한다. 더군다나 방금 전 4라운드 18번 홀에서 냇가에 볼을 빠뜨리는 실수로 더블 보기를 기록한 그였다.

카누스티의 18홀은 올드코스의 개울인 스윌컨 번처럼 코스를 가로질러 배리 번이라고 이름지어진 개울이 흐른다. 그것도 페어웨이 중간을 두 군데나 휘감으면서 코스를 3개로 쪼개 놓는 형국이다. 패드릭의 드라이브 샷은  첫 번째 개울을 건너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착지됐다. 반면 2타를 리드당한 세르히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460야드가 넘는 롱 파4이지만 그는 드라이브를 선택했고 볼은 다행히 왼쪽 개울 바로 앞쪽에 떨어졌다. 

패드릭은 세컨 샷도 그린 앞에 도사리고 있는 개울 바로 앞에 레이업을 시켰다. 이번에는 세르히오 차례였다. 그는 롱아이언을 들었고 다시 한 번 혼신의 힘을 다해 세컨샷을 휘둘렀다. 볼은 다행히 개울을 넘어 그린에 떨어졌고 관중들은 환호를 질러댔다. 패드릭의 3번째 샷은 오히려 세르히오의 볼 바로 뒤에 떨어져서 세르히오가 한타를 줄이고 있는 상태가 됐다. 

패드릭의 퍼팅이 먼저였다. 하지만 4번째 샷인 퍼팅에서 패드릭의 볼은 홀 컵을 지나 1미터 정도에 멈춰 섰다. 잘해야 보기였다. 세르히오의 퍼팅만 남았다. 만약 버디를 한다면 극적인 동점이 되고 두 선수는 다시 재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세르히오가 퍼트를 밀었다. 모든 눈이 그의 볼에 집중됐다. 스페인의 히어로이면서 한때는 타이거의 적수로 인식됐던 세르히오였지만 아직까지 메이저의 우승은 없었다. 

아직도 메이저의 운이 닿지 않은 탓이었을까. 그의 볼은 1센티 차이로 홀 컵 왼쪽을 비켜 가버렸고 오히려 패드릭의 볼보다 30센티미터를 더 지나가서 멈췄다. 낙심은 했지만 그는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이제 패드릭만 남았다. 1미터 내의 퍼트를 놓치면서 메이저에서 패배하는 경우는 수 없이 많았다.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다. 긴장된 상태로 패드릭은 자세를 취했고 볼은 가까스로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기를 했어도 패드릭의 승리였다. 그는 아이리시출신으로 최초의 디 오픈 우승이며 유럽 선수로도 디 오픈에서 1999년 스코틀랜드의 폴 로리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하는 선수로 기록된다.

SDG뉴스 이인세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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