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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명승부(65)] 톰 왓슨, 59세의 노익장으로 2009 디 오픈 6승을 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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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 칼럼니스트
이인세 칼럼니스트

2009 스코틀랜드의 서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턴 베리골프코스. 톰 왓슨은 코스를 따라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를 맡으며 한가롭게 걷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있었던 오래된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잠시 32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잭 니컬라우스와의 대결로 골프인들에게 너무도 깊게 인식돼온 ‘DUEL IN THE SUN’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혈투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1977년과 지금의 그의 몸 상태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당시의 나이는 거리낌이 없을 27세의 팔팔한 나이였지만 2009년 현재는 9개월 전 왼쪽 골반 수술을 받은 59세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였다. 지난 26년간 그는 단 한차례의 메이저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잊혀져가는 선수가 돼가고 있었다. 마지막 메이저인 디 오픈의 우승이 1983년 잉글랜드의 사우스포트에 위치한 로얄 버크데일에서였다.

2009년 턴베리에서의 우승은 바람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날 바람의 상태에 따라 선수들이 울고 웃었다. 첫날 목요일의 경기에서 북서풍을 잘 견뎌낸 선수 5명이 65타를 쳤다. 톰 역시 65타로 선두 그룹에 올라섰다. 방송의 초점이 그에게 맞추어 지고 있었다. 60세를 불과 2달도 안 남긴 고령의 골퍼가 큰일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금요일 역시 70타로 잘 사수를 하면서 어느덧 그는 스티브 마리오와 공동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다. 

3차전인 토요일의 경기에서도 톰은 5차례의 경험자답게 경로를 알 수 없는 바람과의 싸움에서 잘 대응하면서 71타로 4언더파 단독 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 마지막 4차전을 마지막 그룹에서 당당히 선두로 출발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TV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59세라는 메이저 최고령의 우승자로 역사적 기록을 깰 것이냐’가 관심이 돼버린 탓이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뺏기지 않은 채 전반전을 마친 톰에게 우승의 희망이 보이고 있었다. 톰보다 경기를 먼저 끝낸 언더독으로 스튜어드 싱크가 있었지만 톰은 선방하면서 기록상으로는 스튜어트에게 2타, 혹은 1타를 늘 리드하면서 경기를 끌고 가고 있었다.  17번 홀을 파세이브한 톰의 스코어는 3언더파. 18번 홀에서 버디를 한 스튜어트의 스코어 카드엔 그가 2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것으로 보였다. 아직까지 1타를 톰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18홀만 잘 방어하면서 파세이브만 하면 그는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6번째 클라렛 저그를 차지하면서 최고령 챔피언의 꿈을 이루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것이었다. 18번 홀. 드라이버는 완벽했다. 마지막 세컨샷만 잘 치면 됐다. 망설임도 없이 그는 늘 하던 대로 8번 아이언을 들었다. 185야드 정도였지만 백 핀이어서 190야드는 넘은 듯 했다. 하지만 톰의 스윙은 너무 완벽했다. 너무 잘 맞은 볼은 오히려 핀을 넘어 뒤쪽 프린지 쪽으로 굴러 내려갔다. 

톰은 어프로치샷으로 퍼터를 들었다. 조금 긴 듯한 볼은 다시 홀컵을 지나 2.5미터 정도에 멈추었다. 원퍼트로는 조금 먼 듯 보였지만 모두들 그가 잘 마무리해서 파세이브를 할 것으로 믿었다. 모든 압박감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음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선 톰의 마지막 퍼팅은 어이없었다. 마치 아마추어들이 그렇듯 긴장한 손이 나가다 말고 멈추면서 톰은 퍼팅을 하다 말았다. 볼이 2.5미터를 지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할 수 있는 동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톰은 볼이 채 멈추기도 전에 이미 알아차린 듯 마지막 탭인을 준비하면서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4홀 플레이오프는 59세의 노익장에게는 버거웠다. 경기를 끝낸 채 톰의 우승을 바라보던 36세의 스튜어트는 얼씨구나하고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4홀에서 6타나 앞선 채 얼떨결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스튜어트 싱크였다. 우승컵을 안고 있는 스튜어트의 옆에서 톰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천추의 한을 남겼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SDG뉴스 이인세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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