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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2.16 11:27

[이인세의 골프 명승부(61)] US오픈은 끝내 필 미컬슨을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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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 칼럼니스트
이인세 칼럼니스트

2006년 뉴욕의 윙풋골프장에서 거행된 US오픈의 희생자는 콜린 몽고메리뿐 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4회전의 경기 양상은 혼전 그 자체였다. 호주의 제프 오길비, 미국의 짐 퓨릭과 필 미컬슨,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콜린 몽고메리 등 4명의 선수들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어느 누구도 우승을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지막 한 홀을 남겨놓은 가운데 17번 홀까지 선두는 4오버파를 기록한 필 미컬슨과 콜린 몽고메리 두 선수였다. 제프 오길비와 짐 퓨릭은 한 타가 많은 5오버파였다. 짐 퓨릭은 6오버파로 경기를 마쳤고 제프는 한 타 적은 5오버파로 필 미컬슨 보다 2조 앞에서 역시 경기를 끝내고 본부석에서 필의 마지막 홀을 TV로 시청하고 있는 중이었다.

17번 홀을 파세이브로 끝낸 필은 18홀로 들어서면서 자신과 동점을 이루고 있던 앞조의 콜린이 마지막 홀에서 무려 더블 보기를 범하며 6오버파로 오히려 제프 오길비보다 한 타 많게 무너져버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제 자신을 따라올 선수는 없었다. 스스로 무너져 버린 콜린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던 필이 할 일은 마지막 홀을 파세이브 하는 것이었다. 필은 비장한 각오로 티 박스에 올라서면서 드라이버를 잡았다.

힘껏 휘두른 필의 드라이브 샷은 슬라이스가 나면서 왼쪽 건물 바로 앞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드라이버를 택한 것이 패착이었다. 이때부터 필의 붕괴가 시작된다. 남은 거리는 210야드, 하지만 정면에는 너무도 높은 나무가 잎파리도 무성하게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도저히 이 나무를 넘기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기를 범해 오길비와 동타가 되더라도 필은 레이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필은 그러나 레이업 대신 나무를 넘기려는 무모한 샷을 택했다. 드라이브에 이은 또 다른 패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볼은 나무를 넘기지 못한 채 나무 정면을 오히려 뒤로 튀어나와버렸다. 겨우 25야드만 친 셈이었다. 남은 거리는 다시 185야드. 조금 먼 곳이지만 역시 아까와 같은 나무가 또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는 필이 나무를 피해 왼쪽으로 샷을 시도했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3번째 샷이 다행히 나무는 지나갔지만 볼은 그린 왼쪽 깊은 벙커에 빠져버렸다. 실망한 필은 4타째 벙커샷을 했지만 이 볼마저 홀 컵을 지나 그린 끝선인 프린지와 러프의 경계로 떨어져버렸다. 이미 4타를 쳤지만 어프로치로 볼을 집어넣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4타 파세이브를 해야 한 타를 이기고 우승을 하는 것이었고 5타가 되더라도 플레이오프로 갈 수 있게 된다. 5타 째인 이 어프로치가 빗나가면 우승은 물건너 간다. 회심의 어프로치를 한 필의 볼은 그러나 홀 컵에 들어가지 못했고 두 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바로 앞조의 콜린과 마찬가지로 더블 보기로 경기를 마감해 버린 것이다. 본부석에서 TV를 지켜보던 제프 오길비는 부인과 포옹을 하며 어부지리로 얻은 우승의 감격을 누리고 있었다.

US오픈에서 벌써 준우승만 4번째가 되는 셈이었다. 훗날 필은 두차례나 더 US오픈 우승의 기회가 생겼지만 이 역시 준우승에 그쳐 PGA 통산 총 6차례의 US오픈 준우승을 기록한다.  다른 3개 메이저는 우승을 했지만 US오픈은 우승을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기록하지 못한 또 한명의 애석한 선수가 돼버렸다. 1920년대의 샘 스니드와  70년대의 낸시 로페즈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골프의 전설이지만 US 오픈 우승이 없는 불행한 최고의 선수에 속하게 된 것이다. 1970년생인 그는 50세로 올해 시니어투어에 합류하면서 PGA에서의 US오픈 우승 기회는 멀어진 셈이다. 

SDG뉴스 이인세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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