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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인문학(44)] 골프 스윙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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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뉴스 이인세 칼럼] 한 세기를 풍미하며 살다간 수많은 골프 영웅들의 스윙은 어땠을까. 골프스윙은 클럽과 볼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왔다. 스윙의 변천사는 클럽의 변천사와 함께한 것이다.

골프의 신이라 불리웠던 스코틀랜드의 알렌 로버트슨응 19세기 스윙의 정석이었다. 1859년 올드코스에서 인류 최초로 80대를 깬 골퍼였으며 당시의 클럽은 히코리클럽이었고 볼은 역사 속으로 사려져가는 거위깃털볼을 사용했다. 162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왜소했던 알렌은 어드레서에서 뒷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클럽을 어께에 맬 정도로 플랫하게 백스윙을 했다. 히코리클럽 자체의 무게가 버겁기 때문이었다. 오른손그립은 백스윙의 탑에서 오른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내려갈 정도였는데, 이는 헤드를 왼쪽 어깨쪽으로 더 내려가게 하기위해서였다. 왼발 뒷꿈치는 백스윙의 회전을 돕기위해서 물론 심하게 들어야 했고 왼무릎은 오를무릎에 닿을 정도로 움직여야 했다. 결국 몸이 움츠려진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지만 19세기의 전형적인 스윙의 표본이었던 그는 볼 컨트롤의 귀재였으며 패배가 없는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20세기 초에 활약한 해리 바든은 스윙의 아버지로 불렸다. 150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하는 새끼손가락을 왼손 검지 위에 올려 놓는 오버래핑 그립을 창시한 골퍼이다. 당시의 골퍼들이 묘사하는 그의 스윙은 사려깊은 포즈로 너무도 쉽게 스윙을 한다. 고요하게,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고, 결코 눈에 거슬리는 동작이 하나도 없이, 마치 세상을 이해하고 관대한 아량을 베풀듯이, 그러면서도 자신이 위대한 골퍼라는 자만심은 전혀 없으면서 무의식의 세계로 가는듯한 스윙을 한다. 어떤 샷이건 어깨넓이의 스탠스를 유지하는게 특징이었다. 바든 역시 무거운 히코리 클럽으로 인해 좁은 스탠스와 플랫 스윙을 했다.

보비 존스의 정석 스윙

전설의 골퍼인 보비 존스는 완벽한 스윙이었다. 초창기는 너무도 조급한 나머지 코치로부터 백스윙을 하면서 볼을 친다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유는 그의 심리상태에서 기인했다. 선천적으로 사색에 잠기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수줍은 그가 대중들 앞에 서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겼다. 가능한 빨리 볼 앞으로 걸어가서 공을 때리고 또 걸어가는게 그는 차라리 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다듬어지기 시작한 그의 스윙은 너무도 쉽게 변했다. 몸의 모양이나 샷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채 무의식적인 스윙같았다. ‘골프는 그냥 때리고, 볼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린에 올려놓고, 홀에 집어넣으면 된다’는게 그의 철학이었다. 히코리클럽과 스틸클럽의 과도기에서 활동했던 그는 어떤 클럽이건 일관성있는 스윙을 유지했다.
 
보비 존스의 스윙은 아름다웠으며 너무도 간결하고 일관성이 있었다. 어깨넓이 만큼 벌린 어드레스를 취한 뒤 백스윙을 하기 전 그는 긴장을 풀기위해 타겟쪽으로 손목과 몸을 움직이는 특유의 왜글을 하면서 리듬을 탄다. 백스윙으로 가는 동작은 그야말로 잔잔한 파도위의 물결과도 같이 고요하다. 참고할 점은 백스윙의 시작에서 절대 왼손의 코킹을 먼저 하면서 클럽 헤드를 미리 뒤로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클럽헤드보다 손목이 먼저 뒤로 빠질 정도로 클럽 헤드를 늦게 가져간다. 백스윙의 톱에 도달할 때 오른 겨드랑이는 많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옆구리에 붙이는 경향이 있다. 왼발 뒷꿈치는 완전히 세워서 발가락으로만 지탱한다. 오른쪽으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쏠렸음을 의미한다. 백스윙의 톱에서 양손의 코킹은 심할 정도로 많이 해서 클럽 헤드가 오버된다 싶은 느낌이 들게 한다. 다운스윙은 몸 전체를 이용한 그야말로 몸통스윙이다. 와인통을 그대로 돌리듯 온 힘과 스피드를 한데로 모아 임팩에서 발산한다.

퍼텅에 대해 그는 “NEVER UP, NEVER IN”를 강조했다. 퍼팅을 할 때 자신있고 과감하게 홀 컵보다 조금 더 길게 쳐서, 홀이 지나가도록 쳐야된다는 뜻이었다. 몸이 움츠러 들어 홀컵 앞에서 볼이 서게끔 짧은 퍼팅을 결코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보비 존스의 스윙을 배우고 싶어했다. 1931년부터 33년까지 2년 동안 그는 골퍼 최초로 헐리우드에서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고 18부작 골프레슨시리즈를 영화필름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필름은 빛을 못보다가 수십년 뒤에야 그의 친지에 의해 레슨 프린트를 동영상 기법으로 만들면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 필름에서 보비는 혼자 출연해 흑백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진 옷을 입고,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과정을 옷색깔로 알리기도 했다.
  
스윙교본이 적힌 골프교습서도 여러 권 출판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생각과 교감을 나누도록 쓰여진 책들이었다. 하바드대학 영문학 전공답게 그의 저서는 매끄럽다는 평을 받았다. 필름 제작시에도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올빽으로 넘긴 단정한 모습과 넥타이에 7부 바지를 입는 정장을 고집했다. 그의 아름다운스윙은 영구히 보존되고 있다.

1950년대 감나무헤드와 스틸샤프트 골프채를 중심으로한 현대스윙으로 진화하면서 벤 호건이 등장한다. 그의 스윙은 어깨넓이의 스탠스로 백스윙의 시작에서 손목은 클럽헤드보다 타겟쪽으로 놓고 척추선은 수평으로 만든다. 상체와 어깨 회전을 적은 각도로 유지해 어깨와 힙의 회전이 같은 비율로 꼬이게 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상대적으로 힙의 회전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백스윙의 톱에서는 클럽과 손의 위치가 어깨 뒤로 가게끔 플랫한 평평한 스윙궤도를 이룬다. 전형적인 하체 스윙을 하는 그는 오른무릎을 많이 사용하지만 왼무릎은 피니시에도 피지 않고 각도를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오른무릎을 왼쪽으로 밀어주고 왼쪽힙이 옆이 아닌 뒤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왼쪽 앞에 공간이 많이 생겨 스피드가 증가된다. 호건은 골프 역사에서 가장 경이로운 스윙을 지닌 선수였다.

1978년대 잭의 스윙. 당시의 스윙은 허리를 과도하게 쓰는 스윙이 일반적인 것이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잭 니클라우스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허리를 이용한 공통적인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왼쪽 골반뼈를 중심으로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임팩 후 허리를 과도하게 휘게했다. 피니시 자세에서도 몸 전체가 구부러지는 C자 모양의 스윙이었다. 감나무헤드와 스틸 샤프트의 탄성을 이용해 볼을 높이 띄워 거리를 내기 위한 스윙이었지만 허리에 무리가 가는 위험한 스윙으로 간주됐다.

90년대 말에 타이거 우즈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그의 스윙이 수백년의 결정체라고 했다. 21세기 신소재를 탑재한 그의 스윙은 벤 호건의 스윙에 기초했다. 단지 다운스윙에서 하체 동작으로 앞의 공간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호건이 허벅지로 왼쪽벽을 세운 반면, 우즈는 무릎으로 대신했다. 스윙 속도는 빨라졌지만, 호건이 하체 부상이 없었던 것에 반해 그는 4차례나 무릎 십자인대를 수술해야 했다. 2008년까지 10년 동안 우즈는 가공할 만한 스윙으로 황제의 자리를 지켰지만 2009년 부터 몰락한다.

우즈의 스윙은 수차례 바뀌었다. 초창기 코치인 부치 하먼에서 시작된 스윙은 올라간 궤도대로 내려오는 온플레인 스윙의 창시자인 행크 헤이니에 의해서 교정됐다. 다음 코치는 숀 폴리였다. 숀은 유럽 선수들이 2000년대부터 시행하던 허벅지를 이용한 하체스윙을 미국에 도입한 코치였다. 우즈는 미국의 톱 코치들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을때 변화를 시도한 숀을 택했다. 3년 여의  노력 끝에 2013년 우즈의 하체스윙은 빛을 발하는 가 싶었다. 몇 차례의 우승으로 스윙이 안정된 듯 보였고 5년 여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부터 계속된 부상과 수술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의 스윙은 너무도 많은 코치들에 의해 엉키고 설켜서 자신의 스윙이 어느 것인지 조차 알수 없는 총체적인 잘못된 조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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