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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인문학(48)] 전두환식 대통령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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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뉴스 이인세 칼럼] 전두환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골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대 한국대통령 중에서도 골프를 가장 많이 치고 사랑했지만, 골프에 관한 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직대통령으로 인식되고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1983년 청남대에 파4홀 2개 정도 크기만큼의 작은 부지에 5 홀의 그린을 만들어 9홀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 간이 골프코스에는 10여 곳의 벙커도 있고 그늘집까지도 마련되어 있었다. 파3, 140미터인 9 홀을 제외하고 나머지 홀들은 2홀 씩 짝을 지어 그린 하나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중 그린으로 만들었다. 5번과 8번 홀은 거리가 각각 353미터와 355미터의 파5 홀이고, 파3 2개, 파4 홀 5개 등 전체 9홀 2천6백46미터의 제법 구색을 갖춘 골프장이었다. 골프 애호가였던 그는 감각있는 운동신경을 토대로 스윙도 정석으로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담당 캐디들에 의하면 장타자의 반열에 오를 만큼 거리에도 손색이 없었다. 드라이버가 2백50미터까지도 나갔으며 핸디는 80대 중반의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골프를 많이 자제했다. 덕분에 공무원들도 눈치를 보면서 골프를 치던 시절이었다. “각료들이 쉬쉬하며 골프를 친다”고 측근이 애로사항을 전하자 그는 “내가 언제 골프를 치지 말라고했나”라며 “한 번 나가면 경호 비용까지 4백만 원이나 드니 재임 중에 나만 안치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관대했다고 한다. 청와대 주최로 골프대회도 열어 군 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나름대로 골프를 장려했는데, 일부 군 출신들은 “일은 안하고 골프만 쳤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핸디를 조절하는 해프닝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오히려 퇴임 후 골프를 더 많이 쳤고 그에 비례해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다. 1992년 6월16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화성의 기흥골프장에서 5공 시절 각료들의 모임인 무궁화회의 27명 회원이 모인 가운데 골프대회가 열렸다. 늘 이런식으로 그는 조용한 골프를 치기보다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시끌벅적한 골프를 쳤다. 골프장측은 전두환의 일행들이 골프를 칠 때는 늘 앞뒤 한 홀 씩을 비워 그의 라운딩 리듬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배려를 했다.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는 이렇게 전두환에 의해 만들어졌다.

1994년 현 블루원 용인의 전신인 태영 골프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그 날따라 골프장 측이 유난히 회원들을 재촉했다. 헐레벌떡 라운딩을 마친 회원들이 씩씩거리며 불만을 터뜨렸다. 알고보니 전두환 일행 10팀이 골프를 시작했는데 경호원 2팀, 이순자2팀, 전두환2팀, 다시 경호원 2팀 등 8팀이었지만,  앞과 뒤 한 홀 씩을 비워 10홀을 차지한  것이었다. 가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했다던 그는 무려 30여 곳의 골프장에서 VIP대접을 받으면서 20여 년 간 골프를 쳐왔다. 군장성 겸, 전직대통령으로서의 혜택 등 특별 회원 가격으로 그는 개별 소비세와 교육세  2만원 만 내고 골프를 쳤다.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 소유 컨트리 클럽, SK그룹 소유인 제주 핀크스, CJ그룹의 제주 나인 브릿지, GS그룹의 엘리시안 컨트리클럽 등이 관행적으로 전직대통령 예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던 회원권은 골프장 시세 흐름에 변동을 줄 정도였다. 차남인 전재용씨와 처남 이창식씨 부부가 소유했던 서원밸리 회원권만 1백42장으로 한꺼번에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한 장에 1억7천만원으로 총 액수만도 2백억 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그러면서도 전두환은 골프장에서는 후한 인심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라운딩 도중 풀을 뽑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즉석에서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프로 선수들에게도 후한 용돈을 주곤했다. 함께 골프를 치는 이순자는 강남 300클럽 모임에서 홀인원 기념으로 일반적인 상식선보다 훨씬 고가의 나무를 심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 8월 한달 간은 대부도의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장세동 전 경호실장 등과 함께 수차례 라운딩을 하며 싯가 2백만 원 상당의 고급 양주로 측근들과 파티를 열기도 했다. 2009년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을 향해 “말도 안되게 수십 명씩 거느리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비정상인 사람”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가운데)

9사단장 시절부터 골프를 친 노태우전대통령은 친구인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테니스와 럭비 등 여러 운동을 섭렵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의 재임시절인 6공화국이 시작되면서 전국의 골프장 허가 건수만 1백38건에 이르러 6공은 골프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전두환처럼 내놓고 골프를 치지 않고 국민들을 의식해서 조용히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김옥순여사와 함께 부부 라운딩을 즐겼는데, 주로 청와대  골프 연습장을 많이 애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는 이미지 관리 때문에 서너달에 한번 정도만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핸디캡은 20정도라고 한다. 6공 시절의 공무원들한테는 골프 천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골프에 관대했던 시절이었다.

일반인들에게 김영삼전대통령은 골프와는 담을 쌓으며 싫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도 때때로 필요할 때마다 골프는 쳤다. 통일민주당 총재 시절인 1989년 10월, 김종필과 안양 베네스트골프장의 전신인 안양CC에서 27홀을 라운딩한 적도 있다. 드라이브를 치면서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문외한 이었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태우와도 손을 잡은 그는 함께 골프를 치면서 정치적 이해 관계를 풀었다. 결국 김종필, 노태우, 김영삼 세사람은 골프 회동 3당 합당을 이끌어 냈고, 급기야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지만 재임시절엔 오히려 골프 금지령이라는 혹독한 포교령을 내렸고, 공직자와 모든 공무원들에게 골프를 금지시켰다. 뿐만 아니라 골프를 사치성 스포츠로 몰아 많은 세금까지 물리게 했고, 심지어는 청와대 골프 연습장까지 철거한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물론 그 자신도 대통령에 당선 된 뒤부터 골프와 담을 쌓고 지냈다고 한다.

야당 시절에는 골프장을 갈아 없애 논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김대중전대통령이었지만 당선 후에는 오히려 골프 대중화에 앞장섰다. 몸이 불편해 직접 골프를 치지는 못했으나 골프에 대한 사랑과 배려는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 않았다. 마침 재임 기간은 박세리와 최경주, 박지은, 김미현 등 골프 1세대 들이 미국에서 활약하던 시기에서 그는 미국에서 선전하던 프로선수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김영삼 시절에 폐쇄됐던 여러가지 골프에 관한 제도를 풀어주었고, 퍼블릭 골프장을 많이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1998년 재임 첫 해에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보이는 등 그의 치세에서 한국 골프는 중흥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김대중시절의 골프는 귀족 놀이가 아닌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차차 대중들에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취임 첫 해 4월 고 노무현전대통령은 전용휴양지인 청남대 개방을 앞두고 각 정당 대표를 초청해 첫 라운딩을 했다. 전반 9홀의 스코어는 53타로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라운딩 후 소감에서 골프를 ‘재미있는 운동’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재임기간에 그다지 골프를 많이 접하지 못했던 그는 늘 1백타 수준이었다. 태릉CC에서 생전 처음으로 94타를 쳐 100타를 깨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권양숙은 남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었다. 워낙 골프를 좋아했던 권여사는  대통령의 골프스승까지 자처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부인의 응원에 힘입은 노무현은 골프책과 비디오 등 스윙을 분석하면서 신체의 근육까지 연구할 정도로 집요했다고 권여사는 밝힌바 있다. 지난 1983년 만들어져 20년 간 대통령 전용골프장으로 된 청남대가 주민들에게 반환됐고, 2년이 흐른 2005년 충남 계룡대에 골프장과 별장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명박전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골프보다는 테니스를 즐긴 대통령이었다. 골프는 그가 현대 그룹에 근무하던 시절에 자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 정주영 회장과의 라운딩에서 정회장이 홀컵에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컨시드를 안주고 “마무리 하시죠”라고 말해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의 핸디는 80타 중반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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