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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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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 SDG리뷰] ‘계층이동 사다리’ 사라져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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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상상해 보자. ‘금수저는 대를 이어 금수저’이고 ‘흑수저는 대를 이어 흑수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흑수저의 삶의 만족도는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어느 사회이든 승패와 빈부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빈부차 등이 극심하면 국민통합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범죄 유인 등 사회문제의 온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분포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소득 가구로 이동하는데 5세대가 걸려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평균 4세대보다 길게 나타났다. 상위 10퍼센트가 부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높은 비율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지수를 개선, 계층 간 이동을 원활케 하는 과제가 적잖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기돼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빈부차는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갈수록 빈부차가 심해져 사회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희망 잃은 이들’이 증가하면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 능력에 따라 자녀 운명이 결정되는 '세습 사회'가 등장하면 내알에의 희망을 잃게 된다.

현실은 삼각하다.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 자살률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인의 행복지수인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19~2021년 기준 10점 만점에 5.9점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6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OECD 평균은 6.7점이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이 적을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점수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 등 두 곳뿐이었다. 삶의 만족도는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 중 하나로 유엔 세계행복보고서(WHR)에 활용된다.

부모의 능력 등 배경이 자녀의 성공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모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부모 능력이나 가정환경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8%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과거보다 최근 들어 부모의 경제능력이나 가정환경이 취업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부의 극심한 불평등과도 비례하고 있다. 구체적 수치를 보자. 서울 종합소득 상위 0.1%의 평균 연소득이 약 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는 65배로 17개 시·도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서울에서 종합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사람은 2,307명으로 연소득은 평균 64억 8,000만 원이었다.

종합소득은 이자·사업·연금·근로 등으로 얻은 소득으로, 주로 전문직·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의 소득이 해당한다. 전국에서 지역 내 종합소득 격차가 가장 큰 곳도 서울이다. 서울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의 연소득은 평균 1억 7,000만 원이다. 하위 20%의 연소득은 평균 262만 원으로 상위 20%와는 약 65배 차이다. 전국 기준으로 상위 20%는 1억 1000만 원, 하위 20%는 262만 원으로 격차는 43배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에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가 역할해야 한다. 최근 눈길 끄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자청했다. 신선한 충격이다.

조지 소로스와 페이스북 공동설립자인 크리스 휴즈를 비롯 미국의 억만장자 19명이 “전체 미국인의 1%에 해당하는 부자 가운데 10분의 1에 해당하는 우리에게 적당한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오늘날은 팍스 아메리카시대다. 미국에 의해 세계질서가 정해진다. 이유가 있다. 예컨대 6·25전쟁 당시 미8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을 비롯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장성의 아들들은 모두 142명, 그 가운데 35명이 전사했다. 건국역사 243년에 불과한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이 된 저력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도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회장을 비롯한 많은 기부자들이 세상을 훈훈하게 한다. 그러나 졸부들과 일부 재벌 2, 3세들의 갑질은 끊이지 않는다.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철학 부재다. 돈을 뜻 있게 잘 쓰고 솔선수범하는 삶이야말로 세상의 사다리가 되고 빛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백성은 오로지 두루 편안함을 복으로 여기기에 맹자는 “백성은 가난을 근심하는 게 아니라, 고르지 아니함을 근심한다(民不患貧 患不均)”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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