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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4.19 10:10

[정순채 칼럼] 미국·유럽에도 없는 마약 음료 피싱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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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교수
정순채 교수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무료 시음을 가장해 마약 음료를 나눠주는 사건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사건이다. 진화한 마약 범죄가 마약 청정국으로 여겨졌던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다. 뉴스로만 접해온 마약이 우리 일상생활에 근접한 것으로서 염려스럽다. 

경찰은 이번 마약 음료 사건을 보이스피싱 범죄가 마약과 결합한 신종피싱 범죄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마약은 일반적으로 투약자들의 환각이나 성적 쾌감을 위해 사용됐다. 이번 강남 대치동의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퍼뜨린 사건은 이례적이다. 우리 국내에도 마약이 널리 퍼졌다는 염려를 지울 수 없다. 마약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특이한 수법이다.

그동안 경찰 등 정부는 보이스피싱과 마약 같은 범죄의 단속을 강화했다. 이와 같은 강력 단속으로 궁지에 몰린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들이 수법을 진화시킨 것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는 2만1832건으로 2021년 3만982건보다 약 30% 감소한 수치다.

보이스피싱은 중국 등 해외에 본사를 둔 총책의 지시에 의거 조직적으로 진행된다. 대포통장이나 인출책, 운반책을 모집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피해자를 지능적으로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국내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6년 처음 발생되었으며, 이후 범죄 피해가 급증하자 다양한 제도로 피해를 예방하는 대책을 시행했다.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만드는 개발팀이 새롭게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 마약을 결합시킨 대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마약 음료를 에너지 음료로 부르는 고카페인으로 속여 시음하게 한 후 협박해 거액을 빼내는 시나리오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마약을 먹이는 수법이 놀랍다.

마약과 보이스피싱 범죄 속성에는 차이가 크다. 거래가 금지된 마약은 중독자와 은밀하게 밀매를 한다. 공급자와 수급자가 마약인 줄 알고서 거래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를 다양한 수법으로 속여 돈을 빼낸다. 피싱 범죄는 상대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속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 두 범죄 수법이 결합해 우리 청소년을 노린 사실이 섬뜩하다.

이번 사건에 마약이 사용된 것은 그만큼 가격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저렴해진 가격과 쉬워진 유통이 결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 작대기’라고 부르는 필로폰은 주사기 한 개가 판매 기준이다. 한 작대기는 투약 13~14회분이며, 가격은 약 50만원이다. 1회 투약분은 0.075~0.08g으로 3만8500원 상당이다.

국내 필로폰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이번 마약 음료 사건 총책들도 중국에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필로폰 가격은 1회분이 몇 천원이다. 앞으로 마약과 다른 범죄를 결합한 수법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이번 사건과 같이 우리 청소년을 유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과 마약 범죄조직은 반드시 붕괴돼야 한다.

정순채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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