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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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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칼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강력한 회생제동 필요

"소비 줄여 만든 여력, 그만큼 친환경 투자 여지 생겨"
"소비 적정 수준 줄이는 것, 지속가능발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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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래전에 독일 라인강변에 있는 도시 본에서 몇 달을 보낸 적이 있다. 강변 산책길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강변 쪽에서 강심 쪽으로 30m 정도 뻗은 몇 갈래의 자그마한 보였다. 그것은 강물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시설이었다.

유속을 느리게 해서 강변의 토사가 과도하게 쓸려 내려가는 것을 줄이고자 하는 시설인 것이다.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듯이 보이는 시설이 강을 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회생제동 기능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이 과정에서 충전이 되는 기능이다. 물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경우에도 충전이 된다.

운동에너지를 감소시킨 만큼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기능이 회생제동 기능이다. 자동차의 속도를 억제하는 행위를 통해 더 멀리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은 경제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지속가능케 하기 위해서다. 라인강변의 물 흐름을 막는 작은 보나 전기차의 회생제동 기능처럼 말이다.

속도를 줄이는 것이 더 멀리 가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준비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우리가 연착륙하기 위해 저성장 국면을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석학 펑웨이장은 “고속으로 달리던 차가 주행방향을 바꾸려면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며 중국의 저성장을 설명한 바 있다. 저성장은 경제발전의 방향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우리가 소비를 줄이면 전기자동차의 회생제동 기능처럼 친환경 사회로 나아갈 동력이 생긴다. 소비를 30% 줄여서 만든 여력을 친환경 투자 30% 증가로 전환함으로써 말이다. 소비를 줄이면 그만큼 녹색투자를 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 기존의 생산과 소비패턴을 유지하면서 신기술에 의존해 탄소발생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소비를 적정수준으로 줄여가는 것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질병 예방과 질병 치료과정에서 중요하듯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지속가능발전과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덜 먹고 덜 쓰고 덜 바꾸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몸의 비만과 노화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비만은 몸에 독소를 키워서 큰 병의 원인이 된다.

비만과 만성염증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 의사들이 권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주기적인 단식이다. 단식이 독소를 배출하기에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주기적인 단식은 끊임없이 맛을 탐하는 우리의 식습관뿐만 아니라 낭비적 소비행태에 강력한 회생제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대기오염이 평균 20% 이상 낮아졌다는 보고들이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강제적 봉쇄조치가 가져온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더 큰 팬데믹이 이것을 강제할지도 모른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이 진행하는 '어스 아워' 캠페인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이중적 비상상황에 직면한 지구를 위해 전 세계가 1시간 동안 불끄기에 동참하는 날이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이러한 행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지금 우리가 1시간 불을 끄는 행동을 하게 되면 잠시 어둠이 찾아오겠지만 더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의 속도에 제동을 걸어보자.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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