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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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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주 북한이탈 주민 김정일 사망에 감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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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기쁨과 슬픔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을 불러왔다.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2만1000여명. 이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기쁨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북에 남아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못했다.

한 탈북자 남성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친구와 함께 축배를 들었다. 그는 "북한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한 탈북 여성은 어린 소녀처럼 뚝뚝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선전 포스터 제작을 했던 송벽(42)씨는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좀 더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고 전했다.

송씨는 "김 위원장도 사람이다. 때가 된 것"이라며 "이는 김정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마치 신처럼 추대됐지만 결국엔 때가 되면 떨어지는 가을 낙엽과 같은 보통 사람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마침내 민주화의 바람이 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후계자로 추대받고 있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아직 어리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권좌에 오래 머물긴 힘들다"며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이 김정은에게는 더 좋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2000년 심각한 식량난에 견디지 못해 아버지와 함께 탈북을 시도했지만 국경수비대에 발각돼 실패했다. 당시 "압록강에 휩쓸려 떠밀려가는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수비대에 요청했지만 오히려 폭행만 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2002년 다시 탈북을 시도했고 현재 한국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밝힌 '송벽'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명으로 자신의 실명을 밝히기는 꺼려 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지인들이 피해를 입을까 두렵다"고 부연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할 당시 13세였던 이현서(30·여)씨는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국가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TV를 통해 많은 외국 조문객들이 우는 것을 봤다"며 "이는 마치 김일성을 신처럼 느끼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 슬픔이 잦아들었고 남들은 우는데 난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침을 발라 억지 눈물을 짜냈다"고 말했다.

2008년 탈북해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이씨는 "어린 시절 북한에서 선전 교육을 어떻게 시켰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당시 영어나 수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김일성의 혁명 역사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몽상'이라도 믿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친구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에 있는 우리집에 놀러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년 전 탈북한 김승철(50)씨는 "누군가의 죽음을 축하해선 안 되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김정일의 죽음은 북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희망의 신호"라고 기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소시지를 안주 삼아 소주를 들이키며 축배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에 아내와 아들을 두고 온 김씨는 "통일이 된다면 무엇보다 아들의 생사 여부를 가장 먼저 알고 싶다"며 "아들을 찾으면 나를 마음껏 때리라고 말할 것"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아내와도 재회해 이 기쁨을 노래로 표현할 것"이라며 "하지만 먼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다. 한국에서 다른 여성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의 교류 확대를 가장 바라고 있었다. 김씨는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선 회유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북한에 새 지도부와 함께 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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