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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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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내일’을 위한 상생의 노사관계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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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으로 경제·사회적 여건이 심상치 않다는 전망이 많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국내경제도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 등 L자형 장기불황 국면으로 접어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로 일컬어지는 격차 문제와 삶의 질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어느 때보다 높다.

일자리 사정도 그다지 밝지 않다.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이전 보다 못하고, 몇몇 기업에서는 구조조정을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또, 청년 실업,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 비정규직 문제, 근로빈곤층 대두 등 민생과 밀접한 일자리 현안들도 뚜렷한 돌파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무엇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난제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일자리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 보다 우리”, “오늘 보다 내일”을 위한 상생의 노사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2008년 하반기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나라 보다 순조롭게 그리고 빨리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위기극복의 근간에는 노사정이 합심하여 하나가 되는 노력이 있었다. 2009년 2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서로가 고통을 분담하고 일자리를 나누고 지킴으로써 실업대란을 막아 냈다. 어려운 시기 일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대신 택한 인적자원의 보존 전략은 이후의 경기회복 국면에서 다시 성장의 기회를 선점한 밑거름이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노사관계 자체도 크나큰 진전이 있었다. “법과 원칙”에 바탕한 “노사 자율”이라는 노사관계 선진화 기조가 비로소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기준과 배치되는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과 복수노조 금지 문제는 2009년 12월 노사정이 근로시간면제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합의하고 2010년 1월 노조법 개정을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조 운영의 급격한 위축을 막고자 예외적으로 노사교섭·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 활동은 유급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간 불허되어 왔던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도 전면 허용하되, 노조의 교섭력은 높이고 불필요한 교섭비용은 줄이기 위해 사용자와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한 것이다.

이렇듯 근로시간면제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그 자체가 노사간 양보와 타협의 산물이다. 지금까지 시행 상황을 보면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도입율과 법정기준 준수율 모두 99%를 웃돌고 있고, 교섭창구 단일화 역시 98% 이상의 사업장에서 정해진 법적 절차를 잘 지키면서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노사분규 발생건수와 근로손실일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아지는 등 현장의 노사관계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노사간에 대립과 반목 대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성숙된 자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노사를 막론하고 불법행위는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한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이루어진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이제서야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통해 노조는 자주성과 민주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고, 사용자는 경영의 투명성과 함께 노조와 동반자적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되돌릴 수 없는 제도적·관행적 토대가 구축된 것이다.

이 모두가 노사가 오랜 산고 끝에 거둔 값진 성과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다다른 지혜의 결실이다. 비록 지면이지만 노사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우리의 노사관계에는 아직 남아있는 숙제와 앞으로 해야 할 과제도 많다.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아직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자주적이고도 민주적인 노사관계가 완성되고 노사가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에 역점을 두어야 할까? 나는 다른 무엇보다 일자리를 최우선에 두는 상생의 노사관계가 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서도 고용 사정이 좋은 독일은 노사가 생산성 연대를 맺어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 오히려 더 노력하고, 사용자는 성과에 걸맞게 합리적 보상을 하는, 즉 몫을 크게 키우고 제대로 나누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스웨덴과 같은 복지강국의 노동시장을 보면 노사가 앞장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좁히려는 즉, 1차 분배인 시장임금의 편차를 줄임으로써 2차 분배인 복지(사회임금)를 필요한 곳에 더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비롯된 낙후된 관행인 장시간 근로, 빈번한 산업재해 등도 지금의 일자리 질은 높이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나는 방향으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 고용, 정년연장, 일·가정 양립, 장애인 고용 등도 노사 사이의 유불리나 당장의 이해득실을 넘어 우리의 내일을 위한다는 상생의 일자리 차원에서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노사정이 국민들의 일자리를 위한 한마음으로 다시 한번 대타협을 이루어야 한다.

얼마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직면하게 될 여러 상황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형국이다. 그러나, 노와 사가 우리가 되어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함께 그려 나간다면 우리의 내일은 밝을 것이다. 국민의 일자리 행복을 위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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