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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채용, 사회 통합의 밑거름

[칼럼] 서필언 행정안전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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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싹을 틔운 고졸 채용 바람이 이제는 금융권, 대기업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활발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금년도 고졸 출신 채용 규모가 2만 명에 달하고 있고, 주요 기업들은 단순한 양적 채용 확대만이 아니라, 입직 후 사내대학 졸업 시 대졸 사원과의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등의 한 단계 진화된 고졸 채용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40.6%로 7483명에 달하여, 2010년 19.0%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으며, 전체 취업자 중 75.7%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등 취업의 질도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 3학년생 전원 취업을 달성한 경기도 평택 소재의 한 마이스터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졸 채용 바람은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 젊은 세대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이나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대학에 무조건 진학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고 캥거루족·니트족이라는 신조어처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청년층(15~2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OECD 국가 평균인 48.5%의 절반 수준인 25.4%에 불과했다. 그러나 앞으로 고졸 채용이 확산되면, 빨라진 사회진출 연령만큼 생산적인 노동력이 적기에 사회나 직장에 투입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 사회로 전환되는 등 국가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실력은 우수하나 경제적 형편 등으로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여 그동안 공무원, 대기업 등 소위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에 진출하기 어려웠던 고졸 출신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균등하게 제공됨에 따라, 우리 사회의 계층간 이동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정부는 최근 민간 및 공공부문의 고졸 채용 확대가 일회성·전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공무원 채용에 관련된 제도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첫째, 학교 교육을 성실히 이수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들을 선발하여 6개월간 견습직원으로 근무 후 기능9급으로 채용하는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를 도입, 시행 원년인 2010년 30명, 2011년 53명, 2012년 100명(예정)을 선발하는 등 그 규모를 매년 확대하고 있다. 금년에는 특성화고 등 출신들을 기능직 뿐 아니라 일반직 9급으로도 채용하는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를 신설하여, 지난 8월 28일 104명의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하였다.

둘째, 고졸 출신에게도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 기회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부여하기 위해, 지난 6월 29일 행정법, 행정학 등 대학 전공과목 위주의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과목에 고등학교 과목도 선택하여 응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였다. 지난 3월 이화여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68.6%가 전공과목 중심의 9급 시험과목이 고졸 출신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고, 응답자의 64.2%가 시험과목을 개편할 경우 경제적 약자의 취업기회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면 학원비, 교재비 등 월 평균 최소 77만~9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일수록 공무원 시험 준비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시험과목 개편을 통해 공직 진입장벽이 낮아져 다양한 계층이 공직에서 함께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정사회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셋째, 고졸 출신이 공직에 입직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원격대학협의회와 사이버대학 위탁교육 MOU를 체결하여, 금년 하반기부터 고졸 출신 공무원이 사이버대학이나 야간대학에서 직무 관련 분야의 전문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신규 입직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법무연수원 등 6개 공무원 교육기관에서 형법, 세법, 관세법 등 전문교육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9급 공채 시험과목 개편 과정에서,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과목만으로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되었다’는 국민신문고에 게재된 글을 보고, 최근의 고졸 채용 정책들이 국민들에게 우리 사회가 학력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로 나아간다는 희망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때 단지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좌절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했던 채용의 두터운 진입장벽을 과감히 허물어 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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