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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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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 손익 따져보자”

[칼럼]노재봉 효성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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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만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경제 이슈도 없었던 것 같다. 원래 FTA를 맺으면 이익을 보는 산업도 있고 손해를 보는 산업도 생기기 마련인데다가, 세계최대의 경제권과 FTA를 맺는 만큼 그 여파가 클 수 밖에 없어, 어느 정도의 논란은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사회적 파장이 발생했던 것은 광우병 파동과 그로 인한 촛불집회가 반정부 및 반미(反美)와 연결되어 원래의 FTA에 대한 경제적 논의 보다는 정치적인 논쟁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한·미FTA 발효 150일을 맞이하는 지금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한국경제를 미국경제에 종속시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한·미FTA에 대해 경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FTA는 어디까지나 경제 이슈라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미국과 한국 간에 오고가는 수출입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자는 것이므로, 순수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 손익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미FTA가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품 가격이 싸져서 손해를 보는 산업이 생길 것이다. 그 대표적인 부문이 농업이다. 일견, 미국의 농업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미국 농산물이 많이 들어온다면 우리 농업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농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고, 한·미FTA가 없어도 미국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하지 않아도 중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므로, 한·미FTA로 인해 우리 농업이 망한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오히려 한미FTA를 계기로 우리 농업의 체질을 개선하여 우리만이 생산할 수 있는 농산품에 특화를 하는 것이 우리 경제 전체를 위해서나, 우리 농업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길이 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급선무다.

농산물 이외의 부문에서는 크게 걱정되는 부문이 없다. 미국은 이미 제조업 분야, 특히 소비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국가로부터 수입을 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미국의 제조업 제품이 우리 경제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나, 서비스 부문의 성격 상 미국기업이 우리나라로 진출을 한다고 해도 상당한 고용을 창출할 것이므로 우리에게 손해가 날 것은 없다.

반면 우리가 이익을 보는 부문은 상당히 클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미국시장에서 관세율 인하로 인하여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어 대미수출이 확대될 것이고, 이는 국내의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인도, 베트남, 중국과 같은 저비용국가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고 있었는데, 한미FTA는 이러한 추세를 어느 정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비용국가로 옮겨감으로써 절약되는 비용보다 한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받게 되는 ‘관세인하로 인한 이익’이 더 큰 경우 밖으로 나갔던 기업이 다시 돌아오는 상황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게 날개를 달아줄지, 족쇄가 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다만 이처럼 중요한 경제이슈를 정치논리에 현혹되어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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