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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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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직업에 귀천은 없다. 모두 역할이 있다. 그래서 ‘서경’은 직업을 일러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하는 것이다(天工人其代之)”라고 했다.

조선 ‘태조실록’에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없어지나니 이는 세상의 이치니라(天下之事 勤則治 不勤則廢 必然之理也)”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하늘이 맡긴 천직으로 알고 열과 성을 다해 임하라는 권면이다.

한데 청년실업이 걱정이다. 직업세계에 입문도 못한 채 세상의 쓴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잠재된 재능을 깨우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시도하거나 직업은 가져야 하는 것을! ‘설원’에 “젊었을 때 노년을 생각하라. 나이가 비록 어릴지라도 염려는 일찍 서둘러야 한다(長必念老 年雖幼少 慮之必早)”고 권면하고 있음은 다 이유가 있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청년층을 비롯해 구직자들은 ‘전전반측(輾轉反側)’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고용 창출을 위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과 재정투자가 요청된다. 특히 우리의 미래 주역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는 청년 일자리 증대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취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택배 배달 등 단순 노무직 종사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월평균 취업자는 389만9000명으로 이 가운데 포장·운반 등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노무직이 3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청년층 취업자는 2018년보다 5000명 줄었지만, 단순 노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4%에서 9%로 늘었다.

상대적으로 취업은 쉽지만, 평균 소득과 안정성이 낮은 열악한 플랫폼 노동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 고용을 위해 효과가 불확실한 이벤트성 사업에 시간과 정력을 쏟기보다 청년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정책들을 선별해 집중 지원·육성하길 바란다. 근본 대책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증대에서 찾아야 한다.

고질적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 혁파 또한 과제다. 대기업노조, 이른바 귀족노조의 노멘클라투라(특권적 지위)는 일반 해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경직된 기득권에 기생하고 있다.

고용 규제와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기업과 정규직이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면서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청년 대졸자의 취업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전공과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전공과 직업 간 불일치율은 52%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정원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적시 공급이 이뤄지는 선순환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고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대졸자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도 청년 대졸자 고용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 청년 교육 이수율은 6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위지만, 고학력 일자리 수는 이에 비해 부족하다.

청년 고용 제고를 위한 현실적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민간 부문 투자 활성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통해 보수와 근무 환경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투자 기업의 국내 유턴을 위해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유연하고 혁신적인 기업 환경을 열어줘야 한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의지 또한 요청된다. 공자의 충고는 이어진다.

“일할 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의 자격을 근심하며,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만한 일을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라(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미래 유망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첨단산업으로의 신속한 사업전환과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청년 대졸자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당국의 정책 마련이 긴요하다. 신성장 동력은 정보기술(IT)·반도체·디지털디바이스·지식재산권 등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반에서 창출되기에 정부가 이런 분야에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해 지속적으로 인력 수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길 당부한다.

누구보다 우리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영끌’ ‘빚투’의 투기 세상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기득권 내려놓기에 앞장서야 할 때다. 민노총 등 강성노조가 주도하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들의 신규채용을 위축시키고, 청년들의 취업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잖은가.

아울러 지방 곳곳에 괜찮은 노동시장을 만들고 공공임대 주택을 늘려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등 사회 전반의 변화 추진에 노력하길 촉구한다. 청년세대가 빚의 수렁에 빠져 ‘헬조선’이라며 자탄하지 않고 건실하게 일해야만 우리 미래가 있음을 재인식할 때다.

SDG뉴스 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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