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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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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 SDG 리뷰] 생명·환경 존중하는 생명농업 지향해야

기상 이변, 식량위기 심각...“식량자급률 목표설정·관련 법 체계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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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SDG12 지속가능 생산-소비] 먹고사는 문제인 농어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우리 농어촌은 험난한 파도에 휩싸여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가뭄·혹서로 인한 농산물 흉작, 특정 작목 풍작으로 인한 농산물 갈아엎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파동,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한 농어민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과 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20% 안팎에 그친다. 식량 주권·식량안보의 문제이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영양가 있으며 적절한 식량과 식재료를 지속가능하게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상 한파와 가뭄·홍수 등이 지속되면서 식량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왜 우리는 식량안보를 주장하면서도 아직도 식량자급률에 대한 목표설정 및 이에 대한 법 체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지구촌 기상이변으로 극심한 가뭄이 잦다.(출처=나무위키)
지구촌 기상이변으로 극심한 가뭄이 잦다.(출처=나무위키)

일반적으로 농어업을 작물이나 가축을 생산하는 1차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농산물을 제조·가공하고 농업토목, 농업기계, 비료와 농약을 생산하는 2차 산업과 3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농산물의 유통 서비스와 농촌 관광 상품, 교육, 향토음식산업 등을 포괄하여 6차(1차+2차+3차)산업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개념은 1990년 대 후반 일본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학계에서도 유전공학·생물공학과 같은 첨단학문들이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이용해 각종 유용물질을 산업적으로 생산하는 최첨단 생물공학이 발전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최고경영자(CEO)형 농부들은 농사만 짓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투자 계획서를 쓰고 마케팅과 R&D, 제품·비즈니스 모델 개발까지 챙긴다. 이들은 전문 지식과 경영마인드로 무장해 농어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쌈 하나로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재배와 가공·관광을 접목하기도 한다.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생산·가공·유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어업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농어업이 지향해야 할 점이다. 농어업도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다변화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기해야 한다.

농어업의 기반인 논과 갯벌의 환경생태적 기여도도 놀랍다. 논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고 산소 배출과 자연적인 담수 기능을 유지하기에 60조원 가치가 있고, 국내 갯벌(248ha) 탄소 흡수량은 자동차 20여만대나 소나무(30년생) 7340만 그루 탄소 흡수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S. Kuznets)는 각국의 경제 발전사를 비교 연구한 결과 후진국이 공업 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는 도약할 수 있으나, 농어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식량 공급 이외에 국토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중시하는 정책과 함께 전통문화의 보전을 도모하는 농정을 병행 추진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 문명의 힘과 영속성은 한 줌의 비옥한 토양에서 태어나 번영한 것이다.

반면 농어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농어업을 소홀히 한 결과 전반적인 국가수준을 떨어뜨린 사례도 많다. 이집트·이란·그리스·루마니아·브라질 등 과거에 농업국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나라들이 산업발전을 위해 농업을 희생한 결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 준 자원과 삶의 환경을 우리 사회 시스템이 관리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과거 자신의 땅과 조화롭고 슬기롭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 번영과 평화를 누렸다는 것은 역사가 너무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가 나일 강의 비옥함을 버리고, 이란이 농업 대신 석유를 택해 사회 발전 동력을 상실한 것처럼 농어업 황폐화를 서슴지 않는 순간 정신생리학적 균형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회 안정 및 경제 둔화를 면키 어렵다는 게 역사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어업·농어촌도 최근의 경제위기 하에서 도시 실업자의 흡수, 식량의 안정공급 등으로 거시경제에 기여하고 사회안전망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농어업·농어촌이 나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기초조건임을 국민 모두가 새롭게 인식하길 바란다.

실학자이자 청백리로서 만인의 사표(師表)인 다산 정약용이 200여 년 전 내건 ‘삼농(三農)’정신을 구현해야겠다.

첫째 편농(便農)이다. 공업에 비해 농사짓기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니 정부는 관개수리·기계화 등을 통해 농사를 편히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후농(厚農)이다. 농사란 상업보다 이익이 적으니 정부가 각종 정책을 통해 수지맞는 농사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셋째, 상농(上農)이다. 일반적으로 농민의 지위가 선비보다 낮고 사회적으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비추어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외침이다.

그렇다. 농어업의 보편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생명과 환경을 존중하는 생명농업이 결국 우리 농어촌을 구원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신 하에 정책이 추진돼야만,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농어촌의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SDG뉴스 황종택 헌정회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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