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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칼럼] 새로운 세계화와 지속가능발전...새 협력시대 ‘세계화 시즌 2'

"새로운 세계화, 연결 혹은 단절해야 할 것 찾아 함께 도모하는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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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DG17 지구촌 협력] 매년 연말이 되면 언론에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2023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이익을 바라보고 의로움을 잊는다는 이 말은 각자도생의 세태를 잘 묘사하는 단어이다.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이른바 강국이라는 나라들이 ‘견리망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는 모든 국가들에서 명암을 드리워 왔다. 이익을 보는 계층과 지역이 있는가 하면, 손해를 보는 측도 있다.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측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측보다 많을 경우 세계화의 문제들이 덮여갈 수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세계화는 도전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화가 가져온 선진국의 자국 내 계층 간, 부문 간, 지역 간 양극화의 부작용에 따라 자국 우선주의적 이념이 확산되고 이것이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세계화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지구의 깊은 속살에서 무차별적으로 파 올린 석탄과 석유로 대량 생산과 소비를 구가하던 세계인들은 기후위기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극한 더위와 추위가 교차하는 기후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환경의 양극화와 사회의 양극화는 무한 반복, 악순환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세계화의 종말이나 ‘느린 세계화(slowbalization)’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생산과 소비의 공급망을 자국 내에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중 간의 패권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세계무역의 규범들이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제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어떠한 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는 싫으나 좋으나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푸틴을 저지한 중국,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경제를 염두에 둘 수 없는 형편인 미국의 상황이 이러한 구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국이익 우선주의는 단기적으로 자국에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병폐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최근 브렉시트 이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영국인들 사이에서 다시 유럽연합으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출처=P인터리스트)
(출처=P인터리스트)

결국 지금보다 발전된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들의 관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는 상태에서 극단적인 자국이기주의를 펼친다는 것은 난파위기에 몰린 배 위에서 혼자만 좋은 음식을 즐기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국이기주의의 끝은 공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렵더라도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만 한다.

새로운 협력시대를 주도할 ‘세계화 시즌 2’는 어떠한 가치를 중심으로 전개돼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을 없애는 것이 기존 세계화의 중심 목표였다면, 새로운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을 연결하고 불필요한 장애물을 단절하는 것이 중심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계화는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단절해야 할 것인지를 찾아서 이것을 세계인들이 함께 도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타인과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타인을 자신의 관점으로 끌어들이는 첫 번째 단계의 일이라고 한다.

지금은 갈등 중에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위해서는 공통의 관심사부터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협력을 우리가 함께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것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는 순환이 멈추는 순간 시작된다. 

'어려운 과제자국이기주의와의 단절, 새로운 세계화 출발점 

기후위기와 팬데믹도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지구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악순환을 유발하는 것들이 이기주의와 패권주의이며, 이것을 현재 세계인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인 사람, 번영, 지구, 평화, 파트너십 간의 선순환 관계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세계화는 시작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되는 것과 단절하기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세계 각국이 ‘국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는 것이다.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는 그 나쁜 결과가 결국 자기 나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익을 이야기 할 때,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단기적 이익이다. 단기적 국익에만 몰두하는 자국이기주의와의 단절은 새로운 세계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100여개 당사국들이 합의문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phase-out)’ 문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반대로 최종 합의문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이것은 자국이기주의와의 단절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잘 보여준다. 

SDG뉴스 이상준 (국토연구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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