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원과 환경으로…전쟁이 진화하고 있다

[칼럼]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의 전쟁은 자본과 이념, 국가독립과 종교가 개입된 것이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중동전쟁이 그랬다. 이는 자본과 지역의 영토 확장과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운 정치적 패권의 마찰이었다. 오늘날 산업과 경제영역에서도 전쟁이 없을 리 없었다. 무역 및 산업기술의 패권을 둘러싼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분쟁이 있고, 더 나아가 기술정보 유출방지를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 국제사회는 이념과 종교, 무역과 산업기술을 넘어, 자원과 환경의 주권을 둘러싸고 국경 없는 전쟁이 전개될 것이다. 희소자원, 그린에너지, 탄소, 물 등 다양한 유형의 자원과 환경 등을 둘러싼 복합적인 전쟁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전에는 오일 에너지에 국한되었던 ‘희소자원’의 종류가 확대되었다. 첨단제품을 위한 반도체나 2차 연료전지의 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크롬, 희토류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희소자원을 소유한 국가의 입김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수출의 90%이상을 독점하는 자신의 위치를 무기화하여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에 임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첨단제품 생산에 꼭 필요한 ‘희소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이미 보이지 않는 세계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자원 민족주의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둘째, 화석연료는 고갈되어 가는데, 신흥국의 개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지난해 여름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자칫 블랙아웃까지 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교통신호등, 응급수술실, 중요한 산업시설이 멈출 경우 이는 재앙으로 변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고갈되어 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린에너지’개발에 너도 나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만 해도 202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5%를 ‘그린에너지’로 충당할 예정이다. 유럽의 경우는 익히 알려진 바이다. 태양열, 풍력, 바이오연료, 수소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의 세계시장은 멀지않은 미래에 200∼300%이상 급성장 할 것이다.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서 ‘그린에너지’분야의 핵심기술개발 및 시장선점을 위한 국가 간, 기업 간 전쟁도 그만큼 가속화 될 것이다. 
 
셋째, 온실가스 중 배출량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의 경우 각 나라마다 배출쿼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국제기준으로 법제화하여,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는 탄소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다. 쿼터가 정해지면 탄소의 양을 자체적으로 줄이는 기술과 장치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도 있게 된다. 탄소 배출권 시장은 2009년에 1400억 달러에서, 10년 후에는 1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배출권을 사들이기에 앞서, 국내에서는 다방면으로 저탄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동해안 해저 사암층에 주입해, 퇴적물 입자사이의 틈새에 채우는 방식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점차 확대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탄소’감축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넷째, ‘물’부족의 문제이다. 10년 후면 30억 인구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60%정도가 ‘물 부족국가’로 예상된다. 이미 중동 요르단 강 인접국과 이스라엘이 대립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물의 분쟁지역이다. 나일 강을 사이에 두고 수단, 이집트, 우간다 등이 분쟁으로 조용한 날이 없다. 아시아에서도 갠지스 강을 두고 인도, 방글라데시, 터키가 분쟁 중이며 메콩 강을 두고 중국, 베트남, 태국이 끊임없는 갈등을 겪는다. 
 
우리나라도 크고 작은 댐을 만들고, 기업들은 담수화 플랜트 기술력을 확보,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증가와 공업화가 급진전되면서 물 부족과 수질오염의 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따른 ‘물 비즈니스’ 시장도 1조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글로벌 차원의 국경 없는 자원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자원의 대외의존도가 심각한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국가차원의 초기적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좀 더 면밀한 전략과 민·관 연계의 종합적인 대응 시스템이 요구된다. 핵심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새로운 공급원을 적극 개발하여, 특정지역의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해외주요 자원의 자주적 개발권 확보에 외교적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또 미래성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시장선점을 위해, 현재 한 자리 숫자의 환경 분야 대응을, 다양한 전략과 대안을 마련해 국민적 공감대형성에 역량을 결집시켜야할 것이다. 한국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인, ‘에너지전환(center for energy alternative)’과 같은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함께해야한다. 
 
저작권자 © SDG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지속가능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