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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DG칼럼
  • 입력 2023.01.31 17:36
  • 수정 2023.03.21 12:17

[이상준 칼럼]기후위기 심각성, 생활방식 달라져야한다

기후위기 대책의 방향과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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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기능 가운데 하나가 내비게이션(navigation)이다.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장 적은 비용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알려준다.

정체구간이 발생하면 새로운 우회경로를 알려주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자주 듣는 말이 “교통상황이 바뀌어 새로운 경로로 안내한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우리 삶의 환경이 바뀌고 있다면 우리도 새로운 경로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유럽은 이상난동으로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은 겨울에 때 아닌 홍수로 큰 피해를 보았다. 다보스포럼이 공개한 ‘글로벌 위험보고서 2023’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 10개 중 상위 4개가 기후위기 관련 내용이라고 한다.

기후위기가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으니 우리의 생활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우리가 운행할 때, 먼저 결정할 것이 있다 그것은 목적지라는 방향 그리고 비용과 관련된 속도이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경로를 모색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과 적절한 속도다.

‘디컨슈머(Deconsumer)’라는 책의 내용 가운데 한마디가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에 대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성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성숙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확장을 넘어 성숙으로 가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확장에 집착하는 기류가 남아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저성장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사회로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한다.

새로운 방향과 관련해 또 하나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다. 흐르는 강물에 빠진 칼을 건지려고 뱃전에 표시를 해두었다가 나중에 건지려 한다는 말로, 시대의 변화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뜻한다.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집착해서 과거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마케팅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소비자의 욕구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작년의 성공전략은 오늘의 실패전략이 될 수도 있다며, 변화하는 기업과 사라지는 기업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모색할 때,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먼 앞과 동시에 발아래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넘어지는 것은 큰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 아래의 작은 돌부리 때문이다. 정책방향 수립과정에서 지나치게 비전에만 집착해서 바로 눈 앞의 장애물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처라는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당장의 에너지비용 급증에는 반발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좋은 정책방향도 흔들리게 된다.

기후위기에 대응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과제에 맞는 적절한 속도이다. 큰 과제, 작은 과제가 있을 것이고, 그러한 과제에 맞는 속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천천히 진행하여야 할 과제들이 있고, 빠른 속도로 진행하여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낭비적 소비를 줄이는 개인의 실천은 빠른 속도로 진행할 필요가 있지만, 국가의 에너지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과제이다.

재생에너지중심으로의 전환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할 때,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문제인 것이다.

속도를 너무 높이다보면 방향을 잃을 수 있다. 방향 찾기에만 골몰하다 보면 너무 느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적절한 속도가 중요하다. 높은 산을 오를 때 중요 한 것은 보폭을 좁히고  천천히 꾸준히 걷는 것이라고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큰 산을 오를 때, 우리가 어떤 속도로 목표에 다가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에 정답이 없듯이 올바른 방향과 적절한 속도의 최적 경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적 경로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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