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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연구의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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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가난과 혼란의 순환 고리를 끊고 경제사회적 턴어라운드를 한 나라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후진국들은 우리를 모범국으로 인정하면서 특히 자연재해와 관련된 분야의 다양한 원조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05년 조선총독부가 인천관측소를 설립하면서 최초의 계기 지진관측이 시작되었지만 광복과 한국전쟁 등을 겪은 사회적 혼란기 동안 지진관측이 중단되었다. 1963년 미국의 지질조사소에서 세계표준관측망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에 지진관측소가 설치되었고, 이후 관측망을 지원한 덕분에 1978년 홍성지진을 관측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때까지 지진환경과 사회경제적 여건의 부족으로 지진 관측망에 대한 수요도, 지진재해에 대한 대비도 미비하였고 선진국의 관측망 지원만이 전부였으며, 지진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자체 인력도 예산도 거의 없었다. 국가기관에서도 지진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렇게 한 시대가 지나갔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여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한층 격상되면서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지진분야에 대한 관심은 점차 수면 위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황무지였던 연구기관에 의한 우리나라의 지진연구도 원자력발전소의 지진 안전성 평가와 분석을 목적으로 한국지질자원 지진연구센터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7년 규모 4.2의 경주지진은 기상청의 분석 미흡으로 진앙 수정한 사건 이후, 지진분석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측망 보강과 인력이 충원되는 등 국가 지진분야의 기초가 튼튼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2004년 전세계를 지진해일의 공포에 떨게 했던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2005년 후쿠오카 지진해일, 그리고 2006년 북한핵실험, 2010년 아이슬랜드 화산 분화의 피해와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한 공포감 확산,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충격 등 국제사회에서 발생한 각종 지진관련 재해 속에서 지진관측소의 보강 및 확대, 국제협력의 강화 그리고 지진연구의 영역은 확대되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진대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국제협력이 활발해졌고, 그만큼 주변국들에 대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어느 틈에 후진국을 도울 수 있는 거인이 되어 있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랐기 때문에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었다”는 뉴턴의 말처럼 이제는 우리도 후진국을 위하여 거인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즉 필요한 지진관측망의 지원, 지진 분석과 통보·전송시스템 운영에 대한 노하우, 구축중인 선진적 지진대책 구축과 관련된 연구, 또한 다양하게 수행했던 R&D 연구과제들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진분야의 관측과 연구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의 좁은 지진분야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거인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우리가 지진분야의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주변국과의 교류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강화해야 한다. 관심사항에 대한 공동연구 추진과 국제 세미나 교류 등을 통해 연구의 질적 향상과 인식의 지평 확대, 관련분야와의 융합연구 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제교류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동시에 우리의 역량이 뛰어난 분야는 발굴하여 후진국에 주도적으로 전파하여 주류시장 뿐만 아니라 틈새시장에서도 우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한반도 지진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대규모의 지진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진연구의 역량을 모아 단속적 연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리나라의 지진의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관측자료를 통한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진연구에 활용하고 이와 관련된 융합분야에도 연구를 활성화시켜 인접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때,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후진국들에 대한 지진분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진관측장비를 대신 설치해 주는 단편적인 원조를 시작으로 관측망-분석 및 통보시스템-등 체계적인 지원을 해줌과 동시에 지진재해에 대한 연구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을 지원하여 단시간 내에 지진재해에 대한 방비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우리도 다른 나라의 지진연구를 통해 다양한 성과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거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거인이라고 불러 주었을 때 진정한 거인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지진에 대한 투자는 ‘현실적 판단’이지만, 우리나라의 그것은 ‘이성적 판단’이다.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지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역사지진의 기록을 살펴보아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재해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짓누르는 한 우리나라를 지진의 안전국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또한 최근의 지진재해는 한 국가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자 지혜이며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다.

김영신(기상청 지진관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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