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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4.02 08:39

김중수호 2년...'물가-독립성' 여전히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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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다른 국가 총재들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애타게 찾았다고 한다. 당시 김 총재는 국내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누가 얘기하자 "누구는 국내 일이 안바쁘냐"며 비아냥(?)거렸다는 일화다. 김 총재가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세계의 중앙은행과 어깨를 맞대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호평한 것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김중수 총재가 4월1일로 임기 4년의 반환점을 돈다. 한은이 최근 배포한 19쪽짜리 '김중수 총재의 2년 : 비전과 성과' 자료를 보면 첫 번째 치적으로 한은법 개정이 제시됐다. 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부응하는 측면에서 중앙은행의 과제를 '물가 안정'은 물론 '금융 안정'에도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김 총재에 대한 국내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통화신용정책의 중심에 있는 총재가 금리 정책을 통한 물가 잡기에 실기했다는 '원죄론'을 제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은 높아졌지만 정작 국내 정책에선 외면받는 이유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은 금리를 적시에 올려서 물가를 잡는게 중요한 데 지난해 타이밍을 놓쳤다"며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에 콘셉트를 맞추다보니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인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점진적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스탠스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취임 후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0%에서 3.25%로 1.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상해 3.25%로 올려 놓았지만 하반기에는 유럽 채무위기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에 손을 대지 못했다.

전 금통위원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한은의 최대 목표는 물가 안정인데 한은법 전체는 물론 1조도 안지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선택했지만 정작 한은은 물가안정은 커녕 중앙은행이 해야할 일도 마땅히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연 평균 4% 상승하면서 전년에 비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1분기에 3.8%에서 2분기 4%, 3분기 4.3%까지 오르다 4분기에 4%, 올해 1분기에 3%대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 올해는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물가 상승은 수요 측면에 요인한 게 아니라 공급 측면에 기인한 만큼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보다는 경기적인 측면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 시장에 비춰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가계 부채도 계속 많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여건이 됐을 때 미리 올렸으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거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물가 실기론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도 맥이 닿아 있다. MB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총재는 직전 이성태 총재와 달리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보다 정부와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매월 기획재정부와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열고 시장 상황을 공유하면서 지나치게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것도 눈엣가시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그널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 보통 중앙은행의 정책 방식인데 시장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정부의 스탠스에 맞추다보니 시장은 정부의 발언에 무게를 두는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동 교수는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안정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고환율 정책에 대해 동조했다"며 "기획재정부 열석 발언권을 2년째 용인하고, 금통위원 한 석을 몇 년째 공석으로 두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경제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독립성 논란으로 인해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위상 하락에 대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은 노조가 실시한 내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총재가 취임한 후에 한은의 위상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9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총재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도 90%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 직군제를 폐지하고, 개방형 직책을 공모하는 등 내부 개혁을 추진했다. 올해 정기인사에선 1급 국실장 자리에 2급을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내부에선 조직 개혁에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공감대 없이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조직 질서를 상당히 흐트러트린 측면도 있다"는 평이다.

결국 김 총재의 향후 2년 과제는 소통으로 귀결된다. 한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하고 시장과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정부와 '거리두기'를 통한 중앙은행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좀더 적극적인 '금리 정책'을 통한 물가 안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관건"이라며 "시장이나 국민이 김 총재를 '오해하고 있다'는 식이 아니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역시 독립성이 확고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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