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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 이제는 화장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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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금요일) 오후 2시30분. '금융 일번지'라 불리는 여의도 증권가 중심에 위치한 한 증권사 영업본부 객장.

장 마감을 30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긴장감이 흐르긴 커녕 소일거리 삼아 객장을 찾은 노인 3명이 나른한 잡담을 나누고 있을 뿐이다. 증권 방송의 투자 정보가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흘러나오지만, 지루한 소음처럼 느껴진다.

바로 옆에 위치한 다른 증권사의 객장. 여의도에서 주식거래 전광판을 없애지 않은 유일한 객장이라 그런지 60~70대로 보이는 노년층 투자자 20여명이 몰려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전광판 앞의 모습도 각양각색. 귓속말을 나누며 투자 정보를 주고받거나, 턱을 괴고 시세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른한 오후를 견디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이들도 눈에 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어르신은 객장에 마련된 컴퓨터로 온라인 거래를 시도해보려고 서투른 손놀림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고객 찾기 힘든 객장

증권가 풍속도가 달라졌다. 주식시장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끌벅쩍한 객장'의 모습은 증권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수많은 투자자들로 붐비고 전광판에 수시로 바뀌는 시세를 통해 가격을 확인하며, 주식거래를 위해 주문표를 손수 써내던 증권사 객장의 모습은 이제 찾기 어렵다.

주식거래를 하기 위해 주문표를 써내던 투자자들의 손길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로 옮겨진 지 오래다. 객장에는 단지 은퇴 후 소일거리 삼아 주식투자를 시작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닿을 뿐이다.

2년 전부터 일주일에 세번씩 객장을 찾아 하루에 약 4시간을 보낸다는 김모(69·여)씨는 "젊은 사람들이 HTS를 많이 이용하고 이곳에는 주로 노인들만 있다"며 "주식을 시작한 지 10년쯤 됐는데 주식시장이 처음 생겼을 때는 칠판에 직접 분필로 적었다. 상업학교에 다니는 야간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적곤 했다"고 회상했다.

은퇴 후 주식을 시작했다는 이(66)씨는 "나이 먹고 직업 없는 사람들이나 객장에 몰리지, 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해야 수익이 나는데 노인네들이 와서 떠들기나 할 뿐"이라며 "지금은 휴대폰으로 주식거래를 다하는데, 기자가 이런 데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10년 넘개 영업본부에서 근무했다는 한 증권사 증권은 "지점에 신규 고객으로 와서 상담하는 분은 많지 않다"며 "노인분들이 소일거리 삼아 나오시는데 다른 증권사가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거래? 스마트폰으로!

증권 객장 분위기가 이처럼 변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지점 방문을 통한 주식거래 비중은 줄어든 반면, MTS를 통한 주식거래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영업점 방문 및 전화주문 등을 통한 주식거래는 2010년 47.66%에서 지난해 45.84%, 그리고 지난 두 달(1월2일~2월28일) 44.35%로 감소했다.

HTS 거래 현황 역시 2010년 42.79%에서 지난해 41.33%, 지난 두 달 39.74%로 감소했다. 반면 2010년 1.99%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PDA 등을 이용한 거래는 지난해 4.90%, 지난 두 달 6.65%로 급증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MTS와 관련해 수수료 할인 이벤트 등 수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수시로 시세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투자자들을 MTS 거래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평소 HTS를 이용하다 최근 MTS 거래를 시작한 직장인 조(29)씨는 "증권사에서 MTS 거래 시 혜택을 많이 주기도 하고, 주식관리가 편리해 개미투자자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며 "업무 중이나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수시로 주가 현황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아침에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한다"며 "출근하고 9시께 회사 화장실을 가면 볼일을 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몇 십분씩 안 나오는 칸이 많다. 나처럼 MTS를 하는 것 같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리테일의 위기?…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이처럼 주식투자 주문매체별 거래 현황에 변화가 일면서 '리테일(지점 영업)' 분야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상담, 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 등을 중심으로 리테일 시장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문규 한국투자 이 비즈니스(e-비즈니스) 팀장은 "2010년 초부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증권업계에 하나의 혁신이 이뤄진 것"이라며 "리테일 분야는 스마트폰 나오기 전부터 HTS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당연히 없앨 수 없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나성은 교보증권 리테일전략팀장은 "기존의 증권사 영업형태란 부분에 대해서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다"면서도 "전통 브로커리지 영업 시장은 축소됐지만 붕괴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고객도 상담을 원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으로 차별화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온라인, MTS 이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의 니즈(Needs)는 다양해지고 있다"며 "자산관리, PB 시장이 증가하고 거액 자산가들이 종합적인 솔루션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리테일 시장이 주식매매가 위주였지만 최근에 자산관리시장 쪽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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