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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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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구 중학생 자살 ' 보도 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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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중학생 A군이 친구들의 상습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사건이 알려진 지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가해학생들의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됐고, 해당 학교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숨진 A군의 학교는 초상집 분위기다. 교사와 학생들은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인터넷에서도 공방이 가열되다 급기야 엉뚱한 학생이 가해자로 잘못 알려져 A군의 반 친구들로부터 오해를 받아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밖에도 확인되지 않은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정부에 자살 대비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를 했다. 
 
해당 학교법인도 긴급이사회를 열고 자살사건 발생의 책임을 물어 교장을 직위해제 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의 불필요한 확대보도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새벽엔 우울증을 앓던 여고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8층 계단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이 사건을 중학생 자살사건과 연결지어 보도하기 시작하며 관할 경찰서엔 취재 문의가 빗발쳤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보도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물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사건의 실태를 조명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에 해당된다. 
 
문제는 그로인해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사건이 확대 해석될 경우 본질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선정적 보도로 인한 모방 범죄, 모방 자살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시민들은 "사건의 전말은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 가해학생들에 대한 경찰수사를 지켜보자"며 걱정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과잉 보도로 인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보면 '베르테르효과'에 따른 제2, 제 3의 자살사건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대구지역 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베르테르효과는 꼭 유명인의 자살 이후 벌어지는 모방자살만이 아니다"며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자살이 집중보도되면 그 뒤에 유행처럼 자살이 번지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자살을 하면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자살충동이 커진다"며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그 정도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지만 언론에서 지나치게 되새김질 보도를 하는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일단 경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우리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과잉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경찰도 같은 반응이다. "해당학교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지나친 언론의 추측기사로 인해 엉뚱한 학생이 가해학생으로 몰리거나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로 인해 가해 학생들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과잉 보도는 자제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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