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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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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최치훈 사장 오너십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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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GE의 경영방식은 빼어난 최고경영자(CEO)가 이끌어 가는 강력한 톱다운의 정책결정 방식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삼성카드로 합류한 최치훈 사장은 GE본사에서 최초의 한국인 임원이었다. GE에서의 경험이 워낙에 인상적이었는지 삼성그룹과 인연을 맺고 나서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톱다운 정책결정 방식에 대한 적응이 빨라 보인다. 
 
최고 결정자의 의사결정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위험에 대한 대응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내부 직원에 의한 40여만 건의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너무 여유 있게 대응했다. 
 
일단 삼성카드의 고객정보유출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얼마나 내부 고객정보를 허술하게 다루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즈음 삼성에 입사한 최 사장은 지난해 8월 고객유출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경찰에 떠맡겨 오다가 발표 후에는 "피해가 있으면 보상 한다", 하지만 "고객이 사이트에서 알아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분초를 다투는 금융업종의 차원에서 보면 너무 더딘 대응이다. 
 
앞서 외부 해킹에 의한 정보유출을 경험했던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2010년 재계에 공식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직후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는 "각 분야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 공공성과 여기서 차지하는 삼성의 위상이 커졌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 과거 '수단 극대화'의 이미지를 벗고 '목적 지향적'으로 가자고 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건희 회장은 일본과 미국 유학시절 목적을 향해 자신의 내면을 규율하는 습속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된 이 회장이 자동차를 구입한 후 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곤 했다는 것은 목적을 향한 집념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1993년 일본 오사카에서 "한 손을 묶고 24시간 살아봐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 봐라. 나는 해봤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쾌감을 느끼고 승리감을 알게 되고 재미를 느끼고, 그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
 
한때 이 같은 리더십은 '삼성은 기회주의적이고 얄밉다'는 인상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삼성에 앞섰던 현대의 경우 대한민국에 없었던 중공업산업을 일으켰던 것에 비해 소비재로 출발한 삼성은 남들이 해 놓은 사업을 인수나 재투자를 통해 흡수하면서 몸집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다시 강조되는 이 회장의 '목적 지향'은 과거와 다르다. 수단을 앞세우면 이른바 '가치 전도'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삼성이 생산수단의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지금의 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소위 창조의 시대로, 업(業)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각) 이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본은 너무 앞선 나라였기 때문에 힘이 좀 빠져 버린 것 같고, 중국은 젊은 나라지만 열심히는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국들보다 한발 앞서있는 삼성의 위상을 이같이 표현하고 선두를 지키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의 금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최 사장의 대응이 아쉽다. 이 회장이 지금 원하는 일류삼성은 아마도 '불현듯 발생한 위험에 대해서도 업에 충실한 대처'였을 터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젊은시절 공군 장교였던 최 사장이 공군의 좌우명 '기본과 원칙부터'에 충실했더라면, 정보유출에도 삼성카드 회원들의 '신뢰'를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전문경영인 최치훈 사장의 '오너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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