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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5 10: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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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씨다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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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짓지 않는다. 이름은 부르는 이의 욕망을 담는 그릇이다. '개똥이'든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든 간에 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타인들 입에 오르내리길 원한다. 안티라도 상관없는 모양이다. '성희롱'과 '고소'로 점철된 이력을 밑천삼은 듯 기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나오는 예능프로에 출연을 자청한 국회의원도 나오는 판국이다. 
 
위상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슬쩍 이름이 뒤로 빠진다. 이름 대신 호가 유행하기도 했다. 정치적 파워가 높은 인사들에게는 이름 대신 주로 영문 이니셜이 따라 붙는다. 
 
부질없는 짓이다. 현대사를 되짚어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호나 영문 이니셜을 갖고 존경받은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사회진영에 몸담을 때부터 변호사나 상임이사 같은 중량감 있는 직함보다 '원순씨'를 반겼다고 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희망캠프 멘토단의 일원이던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삼촌뻘의 박원순 후보를 스스럼없이 '원순씨'라고 불렀다.(희망캠프를 들락거리다 스타가 된 삽살개 '본때'도 '워언순~"이라고 짖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름 그대로 원순씨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윗사람에 대한 존칭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는 일종의 파격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이채로운 풍경이 별 이물감 없이 받아들여진 것은 박시장의 소탈하고 탈권위주의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원순씨'라는 그릇에는 부르는 이(시민)의 소망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탈권위주의다. 
 
출범초기 '대통령 당선인'이 옳으냐 '대통령 당선자'가 옳으냐를 두고 언론과 신경전을 벌인 현 정부의 행태를 떠올려보면 '원순씨'가 갖는 탈권위주의의 의미는 더욱 또렷해진다.
 
박 시장이 서울시청에 들어선 뒤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시작한 '원순씨의 서울이야기'가 지난 5일로 6회째를 맞았다. 
 
온라인으로 시정을 설명하고 소소하지만 가치 있는 시민의 일상을 소개하겠다는 박 시장의 시도는 그동안 나름 신선하고 알찼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원순씨의 서울이야기'가 갖는 긍정적 의미가 여전히 계속될 수 있을 지는 낙관할 수 없다. 남은 2년6개월 임기 동안 시정에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시청 안팎에서 원순씨의 시청운영 방침을 흔들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박시장의 의도와 무관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설익은 감이 없지 않은 대망론도 포함된다. 
 
앞으로 원순씨가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정치적 색채가 짙은 '시장님'이란 호칭일 것이다. 시민들이 원순씨에게 요구하는 것은 '원순씨'다운 모습이기에 그렇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정치적 의도를 가급적 배제하면서 시민을 위한 탈권위적인 시정을 펴나가는 그것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박시장은 민방위 훈련에 참관한 자신을 '빨갱이'라고 부르며 주먹을 휘두른 여인이나 시청 앞에 몰려와 일방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보수단체 인사 등 비판자들도 수긍할 수 있는 탈권위주의적이고 친 시민적인 시정을 흔들림없이 펼치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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