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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시장,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칼럼]김한성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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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ASEAN)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Nation)의 약어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 10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며,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기구이다. 1967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의 5개 회원국으로 시작한 아세안은 이후 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가 순차적으로 가입해 1999년 현재와 같은 10개 회원국으로 확대되었다.

아세안은 총인구 약 5억7000만 명, 총면적 약 450만㎢에 걸친 거대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1980~1990년대 연간 7~8%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뤄낸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신흥 경제권(Emerging Economies)으로, 현재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FTA 체결을 완료하면서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축으로 등장했다. 특히 이 지역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주요 선진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올해 미국(1.8%)과 유럽(1.1%)은 1%대 성장이 예상되지만 아세안은 5.5%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 드라마로 한국에 우호적 분위기

한국은 1970년대부터 경제적 잠재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아세안과의 대화 관계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1989년 한·아세안 간 부분 대화 상대(Sectoral Dialogue) 관계를 수립했고, 3년 후인 1991년 아세안 완전 대화 관계(Full Dialogue Partnership)를 체결하면서 기존 부분별 대화 상대 체제 하의 무역·투자·관광 중심의 협력 관계에서 기술 이전·개발 협력·인적 자원 개발 등의 분야까지 양측의 협력 관계가 확대되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아세안 간의 협력은 단순히 경제적인 분야를 넘어 문화 교류로 이어져, 한류 열풍을 불러오게 되었다. 동남아 한류의 중심지인 태국의 경우 2002년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각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으며, 일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한 연예인의 경우는 태국 현지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다.

자원 공급·생산 기지·소비 시장으로 의미 커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세안은 1980년대 한국 국내 사양 산업의 선진국 우회 수출 기지로서,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생산 기지이거나 원자재 구매를 위한 시장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아시아 외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개도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의 경우도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증가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구매력을 선점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내수 시장을 겨냥한 교역 및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특히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개발도상국, 그리고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 저개발국까지를 포괄하는 아세안은 경제상황과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풍부한 광물자원과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억5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한국 자원 외교의 중요국이면서 향후 아세안의 주요 시장으로 발돋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아세안 후발참여국인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국가 중,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보이며 인도차이나반도의 게이트웨이에 위치한 베트남은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에게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체제 전환국으로 아세안에 뒤늦게 참여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강력한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기존 한·아세안 FTA보다 개방 수준 높여야

한국은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상품 및 서비스·투자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양자 간 FTA에 합의해 지난 2007년 6월 1일 상품 부문 FTA가 발효되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서비스협정(2009년 5월 1일) 및 투자협정(2009년 9월 1일)이 발효되었다. 한·아세안 FTA가 가지는 첫 번째 의의로는 한국이 거대경제권과 맺은 최초의 FTA라는 점을 들을 수 있다. 아세안은 중국, 미국, 일본, EU와 더불어 우리나라 5대 교역 대상국·지역이 되고 있으며 1992년 이후 우리나라 대외 총교역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경쟁국인 중국, 일본 등이 신흥개도국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과 양자 간 FTA를 체결한 상황에서 한·아세안 FTA는 한국 기업이 아세안 시장에서 외국 경쟁 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한국이 기존에 체결한 FTA 상대국 중 아세안은 선진국인 EFTA나 싱가포르, 그리고 이미 많은 FTA 체결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칠레와는 달리 한국과의 양자 간 FTA 이행을 위한 준비나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로 볼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한국 기업들의 한·아세안 FTA 수출 활용률의 경우, 한국의 기 체결 FTA에 비해 매우 저조한 상황이며,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국내적인 절차 미비로 인해 관세 인하 및 철폐가 협정에 명시된 기한에 정확히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도 발생하였다. 또한 한국의 기 체결 FTA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상품양허와 ‘상호 대응 세율’과 같은 FTA 특혜 관세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조치 등은 한·아세안 FTA가 극복해야할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현재의 한·아세안 FTA 시장 개방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데, 특히 한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아세안 중에서도 주요 국가들과 별도의 FTA를 맺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자원 개발과 시장 진출을 꾀할 수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양자 FTA 체결을 추진할 경우 신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과 최대한 서둘러 FTA 협상을 맺어 실질적인 한·아세안 FTA 수준을 높이는 것이 대 아세안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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