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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외교도 이젠 패키지다

[칼럼]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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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일룰리사트 앞바다는 온통 빙산으로 뒤덮여 있다. 작은 얼음 덩어리부터 산처럼 거대한 빙산까지 크기와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흔치 않은 장관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마음 편치 않은 현장이기도 하다.

지금 이곳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자원 개발이 가능해졌다. 그린란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5분의 1에 가까운 원유와 중국보다 많은 희토류가 묻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최근 미국지질조사국은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지역에 전 세계 석유 미발견량의 13%, 천연가스는 30%가 묻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일본 등은 이곳 자원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국의 7개 메이저 에너지회사들은 1990년대 초·중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 북부의 자원 매장 가능성을 조사했고, 그 결과 그린란드 정부로부터 자원개발에 대한 우선 참여권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도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세계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그린란드 자원개발에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그린란드를 정상 방문한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 외교’다. 그린란드 총리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 방문을 희망한다고 밝혀 양국 간 협력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있어 이 같은 정부 간 공조체제를 지렛대 삼아 적극 활용하는 지혜와 전략이 시급하다.

이번 방문국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도 포함됐다. 카자흐는 자원이 풍부해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다. 이번 정상 방문 시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유전 탐사 등의 조속한 추진을 협의했고, 지난 번 정상외교 시 수주한 40억달러 규모의 발하쉬 화력발전소 기공식을 열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가 배워야 할 최우선 국가는 한국이며, 20년 안에 한국을 추월하는 것이 목표”라는 구체적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양국 정상 간의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가 ‘세일즈 성과’로 나타나고 있음을 느꼈다.

이번 순방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시작했다. 다자간 정상회의에서는 참가국의 경제력과 국격, 그리고 정상 개인의 리더십이 한데 어우러져 세계질서를 만들어 간다. 중간 중간 양자 간의 문제도 협의한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일본 수상과의 만남이 APEC 기간 중에 이루어졌고, 인도네시아와는 친환경 자동차산업의 공동 추진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야말로 ‘종합외교’의 현장이었다.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출 세계 7위, 천연가스 수출 2위의 자원강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도 10만 달러에 육박한다. 우리 선박의 최대 고객이자 해양플랜트 분야에선 최정상급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전형적인 복지국가로 국민총소득(GNI)의 1%를 해외원조에 쓰고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노벨평화상을 주관하는 국가로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런 노르웨이의 오슬로대 강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노르웨이가 도와주었던 극동의 작은 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개도국에 원조를 제공하며, 자원봉사자 숫자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진지하게 듣고 있던 청중들의 표정에서 ‘국격 외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족 하나. 해외출장을 다니다 보면 식사는 대부분 호텔 아니면 행사장에서 서양식이나 현지 음식으로 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카자흐스탄 출장 마지막 날 저녁이 돼서야 시간이 생겨 한국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수도인 아스타나에 하나밖에 없다는, 고려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에서 갈비탕을 시켰는데 영 ‘그 맛’이 아니었다. 확신이 없을 때는 비빔밥을 시키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돌솥비빔밥을 맛있게 먹던 직원이 마냥 부러웠다. 외국과의 협력활동에서뿐만 아니라 음식 고르기에서도 쌍방향 소통이 필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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