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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공정 무역질서

[칼럼]권오봉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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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발효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은 300개가 넘고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7개국과 10건의 FTA를 체결했다. FTA 체결을 통한 자유무역 확산으로 세계 교역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무역규모는 지난 1996년 10조9천억달러에서 2010년 30조5천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FTA 체결국가 간에 이뤄지고 있다.

무역 규모가 커질수록 세계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차세대 재생에너지 시장을 놓고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이 중국 태양광업체에 최대 250%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은 미국 정부가 자국의 재생에너지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보복에 나설 뜻을 밝혔다. LG전자와 오스람 간의 발광다이오드(LED)특허권을 둘러싼 분쟁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등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유무역이 신장됨에 따라 공정한 경쟁의 룰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무역위원회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한국 무역위원회는 1980년대 수입자유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입 확대에 따른 피해구제의 필요성 때문에 1987년에 설립됐으며 올해로 25년이 되었다. 그간 반덤핑조사 123건, 세이프가드조사 33건,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불공정무역행위조사 307건 등 총 463건의 조사를 수행했다. 연평균 약 20건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를 차단해온 셈이다.

건수는 많지 않아 보일지 모르나 기업이나 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알칼리망간 건전지를 국내에 수출한 싱가포르·중국·일본 기업에 3년간 26.7%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한 결과 국내 기업인 로케트전기의 2005년 매출은 1999년보다 86%가 증가했다. LG전자가 일본 파나소닉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제품에 대한 특허권침해조사 신청에 대해 최종판결 이전에 파나소닉 제품의 수입 및 국내판매 금지라는 강력한 잠정조치를 취한 사례도 있다.

또한 무역위원회는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뿐만 아니라 FTA로 인한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조정지원제도’의 피해 판정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환경은 무역위가 설립됐던 25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당시 무역규모는 883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섰다. 수출대상국도 1987년에는 대미 수출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대중국 수출이 24.1%로 다원화되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도 1987년에는 단순 가공·조립제품 위주의 경공업 제품과 농수산물이 58.1%를 차지했으나 2010년에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화학제품 비중이 91.2%로 압도적이다. 또한 무역규제 형태가 과거에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조치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미 FTA를 기점으로 국내 농수산물, 서비스 시장의 개방 속도가 빨라졌으며 한·중 FTA 나아가 한·중·일 FTA가 체결된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품목은 전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적 특성 때문에 외국과 무역분쟁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동시에 무역위원회의 역할도 새롭게 자리매김할 여지가 있다.

첫째, 반덤핑 제도의 경우 성숙된 산업뿐만 아니라 사업화 초기단계에서 외국기업의 의도적 덤핑행위로부터 보호를 요청하는 산업이 있을 수 있다.

둘째, FTA 체결로 인한 수입 급증 시 개방의 속도를 조절하고 국내산업이 적응하는 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양자세이프가드를 신청할 수 있다.

셋째,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도 상표권과 특허권뿐만 아니라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불공정 물품의 수입을 막아달라는 무역위원회의 역할을 요구받을 수 있다.

넷째, 지난달 개정된 무역조정지원법령 취지에 맞게 FTA로 인한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는 업체를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 요청이 늘어날 수 있다.

FTA 체결 확대를 통한 시장개방 정책과 균형을 맞춰 공정무역 질서를 바로 세워 나갈 때 비로소 무역강국의 탄탄한 토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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