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FTA 효과를 측정하기에는 시점이 좋지 않다. 발효 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효과 논의는 왜곡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EU처럼 자본재 비중이 높고 거래 규모가 큰 시장과의 교역은 장기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FTA 효과 역시 서서히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경기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교역 규모 변동이 경기적 요인 때문인지 FTA 발효에 따른 결과인지를 정확히 분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다음으로, FTA 효과 측정 기준에 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FTA 의 목표는 각국의 비교우위 부문을 수출 특화 시킴으로써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기에 무역수지 관점의 접근을 지양하고 총 교역 규모 변화 추이에 초점을 맞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반대일 때가 많다.
그 외에 경쟁국의 교역 변동 추이를 함께 비교·분석한다거나, 관세 장벽 철폐에 따른 후생 개선 효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등도 중요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며, FTA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직접투자(FDI)와 고용 변동에 대한 고려도 매우 중요하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부산항의 모습(사진=FTA 국내대책위원회) |
엇갈리는 한·미 FTA 효과 평가
실제로, 이처럼 FTA 효과 측정 시점과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이뤄진 효과 평가의 예가 적지 않다. 한·미 FTA 때문에 4월까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6.9%나 늘었다며 고발한 기사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대 세계 수출과 대일 수출이 각각 7.0%, 7.5% 늘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림> 한국의 대미 및 대 세계 교역 증가율 변화 비교
2012년 3월 15일~6월 15일, 전년 동기 대비 (자료=한국무역협회) |
2012년 4월 1일~6월 30일, 전년 동기 대비 (자료=한국무역협회) |
발효 후 3개월 간(3월 15일 ~ 6월 15일)의 교역 추이를 근거로 한·미 FTA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자료 역시 온전히 신뢰하기는 힘들다. 해당 기간에 전세계로의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세를 기록한 반면, 미국과의 교역은 1.9% 증가(수출 8.4%, 수입 -6.3%)했다는 점만을 보면 한·미 FTA가 상당히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석 기간을 6월 30일로 2주만 늦추면 대미 교역이 오히려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FTA 활용률 제고와 외국인직접투자 연계가 더욱 중요
이처럼 단기간의 교역 변동을 근거로 FTA의 효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보다는 기업들이 수출 현장에서 FTA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FTA 활용률이나 자원 배분 효과를 목표로 한 외국인직접투자 변동 추이, 대미 교역에서 외국인투자 업체 비중 및 역할 변화 등을 살펴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외국인직접투자 확대에 기여한 한·미 FTA는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할만하다.
아울러, 최종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관세 철폐 혜택이 수입업자나 유통업자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막고 FTA를 통한 효율화와 진입 장벽 철폐 효과가 시장의 가치사슬(supply chain) 전반에 잘 배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해소 등의 정책적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