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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공’ 선두자 통계조사원에 격려가 필요한 때

[칼럼]최봉호 통계청 통계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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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정에서의 큰 변화라고 한다면 개인 또는 조직의 실적평가가 투입 또는 과정 중심에서 성과(결과) 중심의 평가제도로 바뀐 일이다. 특히, 1990년대 초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개발되어 민간 기업에서 많이 도입되었던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에 의한 평가방법이 2000년대 후반에 거의 전 부처로 확산된 것이 성과중심의 평가제도가 정착하는데 기여했다.

균형성과표에 의한 평가의 핵심은 공급자 위주로 이루어졌던 종전의 행정이 이제는 수요자(고객) 중심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서 ‘고객중심’이란 ‘현장중심’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정변화는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우현공’과 ‘우문현답’이란 용어다. ‘우현공’은 ‘우리는 현장 공무원이다’에서, ‘우문현답’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에서 따온 말이다. 그만큼 고객이 있는 현장을 행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어에서도 현장에서 고객을 대하는 것을 ‘Momentum of Truth(진실의 순간)’이라고 하여 고객과의 접점인 현장을 중시하고 있다.

통계행정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수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현장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장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게 되면 그 결과도 쓸모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줄의 언론기사가 정확히 쓰여 지기 위해서 현장인터뷰가 잘 진행되어야 하는 것과 같다. 현장 통계조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장조사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통계조사에 응답을 해 줄 사람들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대면성). 응답자를 만나지 않고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현장인터뷰는 표준화된 모델이 없어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가변성).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한 현장조사는 진심이 담긴 수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세 번째는 응답자의 정보를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때로는 보이지 않는 측면까지 잘 읽어내야 한다는 점이다.(탐색성).

그러나 조사현장은 통계조사원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체 1천7백40만 가구 중 독신자가구가 1/4, 맞벌이부부가구가 1/3이나 되어 통계조사원이 낮에 가구를 방문하게 되면 사람을 만날 수 없는 확률이 절반을 넘는다. 또한 요즘 많은 아파트에는 입구부터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조사원들이 접근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어 있다.

운이 좋게 방문하는 가구나 사업체에서 응답자를 만난다고 하여도 정확한 답변을 얻어 내는 일 또한 만만치가 않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려고 한다. 또한 주관적인 판단을 먼저 한 후 자기입장에서 대답하는 경향 때문에 의미 있는 정보와 숨겨진 진실을 캐내는 일이 무척 어렵다.

이와 같은 어려운 조사환경에서도 통계청이나 리서치 회사 등에 소속된 수 천 명의 통계조사원들은 현장에서 응답자들과 접촉하면서 정확한 통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훌륭한 통계조사원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조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대화를 우호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하며, 응답자의 반응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적절하게 적응시킬 수 있어야 하며, 부드러운 유머 감각과 정확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외에 응답자의 이야기에 흥미와 관심이 있다는 표정을 지어야 하는 가식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통계청 통계교육원에서는 훌륭한 현장 조사요원들을 양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설득능력, 통계에 대한 전문지식, 경청과 말하기 등 의사소통능력, 인내심, 순발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에도 통계교육원은 교육과정 중 현장조사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을 더 많이 개설할 계획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계조사 응답자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정확한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전국 각지의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수 천 명의 현장 통계조사원들이 있다. 이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주고 보다 많은 격려와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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