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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칼럼] 급증세인 보이스피싱 피해 분석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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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교수
정순채 교수

올해 8월에 국내 보이스피싱 역사상 1인 피해 금액으로 최고 금액인 41억원을 편취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예금과 보험, 주식 등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아파트 담보 및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아 검사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 조직에게 건네주었다. 수일에 걸쳐 진행된 사기로 피해자가 받았을 정신적, 금전적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2월에는 부산 영도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4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면서 1억원 넘는 빚을 지고 있던 사망자는 2월 금융 업체를 사칭한 사기범들에게 속아 1억1650만원을 건네주었다. 그달 21일부터 사흘간 부산, 울산, 대구, 경북 등지에서 피싱을 당한 것이다.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올해 8월까지 발생한 국내 보이스피싱 건수는 1만6092건으로 피해액은 4088억원에 이른다. 매달 2000명 이상이 1인당 2500여만 원씩, 총 500억원이 넘는 사기 피해를 당했다. 금년은 2006년 5월 국세청을 사칭한 일당이 세금 환급을 빙자해 6차례에 걸쳐 5500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수법이 한국에 상륙한 지 17년째이다. 보이스피싱은 국가적 우환으로 국민 경각심 또한 높은 상황인데도 범죄 피해는 단기 등락이 있을 뿐 전반적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은 자금 대여나 지원을 미끼로 삼는 '대출사기형'과 검찰이나 경찰, 금융감독원 관계자로 가장해 접근하는 '기관사칭형'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이 집계한 보이스피싱 자료에 의하면 2013년 2만 1634건에서 지난해 3만982건으로 1.4배 증가했다. 피해액 증가 속도는 더욱 높아져서 1429억원에서 7744억원으로 5.4배 늘었다. 사기범들의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해 사건 당 피해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2013년 이전 기관사칭형 통계 기준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14~2016년 감소하다가 반등돼 2019년까지 3년간 두 배 넘게 급증했다. 2016년 1468억원이던 연간 피해액도 2019년엔 6398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부터는 피해 건수는 감소됐지만 피해액은 연 7000억원대로 계속 증가했다.

2021년 피해자의 연령대별 비율은 중장년인 50대 30.9%와 40대 21.8%가 가장 높았다. 이 연령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이로서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의 주요 표적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피해자 성별로 보면 대출사기형은 남성, 기관사칭형은 여성 비율이 높다. 2017~2019년 기준 남성 대출사기형 피해자는 57.8%, 여성 기관사칭형 피해자는 69.0%다.

정부도 보이스피싱 대응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 6월 범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7월 합동수사단과 연내에 통합신고·대응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9월에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금융 분야 대응방안을 발표해 범부처 차원의 보이스피싱 척결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당국 대응책이 나오면 잠시 주춤했다가 그 후로 진화된 수법으로 발생됐다.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범죄 수법의 면밀한 분석과 실효성 높은 대응책으로 보이스피싱의 감소를 기대한다.

정순채 동국대학교 융합교육원 겸임교수·경희대학교 사이버대 객원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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