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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대도시 도심에서 40층을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초고층 아파트 단지의 지상 공간은 정원으로 조성하고 주차장은 지하화 하는 등 토지를 ‘컴팩트(compact)’하게 이용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지만, ‘컴팩트’한 개발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지나친 고밀개발의 부작용이라는 약점도 있다. 지난 8월의 서울 강남지역 지하주차장 침수피해를 통해서 고밀개발이 얼마나 자연재해에 취약한지도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요즘 주목받는 ‘컴팩트 시티(compact city)’는 도심지역을 고밀로 개발하고 일자리와 주거의 결합과 대중교통중심의 이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개발 모델로서 등장하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0년대 리우회의(1992)와 교토의정서(1997)를 거치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위기에 대응한 대안적 도시개발 플랫폼으로서 ‘컴팩트 시티’가 주목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탄 신도시 등 2기 신도시개발에 이 개념이 적용되기도 하였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주택공급계획의 달성 측면에서도 ‘컴팩트 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컴팩트 시티(compact city)’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5번째 목표인 ‘육상 생태계의 보호·복원 및 지속가능한 이용증진’ 측면에서 기회이자 동시에 도전이 되고 있다. 먼저 ‘육상 생태계의 보호·복원 및 지속가능한 이용증진’측면에서 ‘컴팩트 시티’는 자연적 토지자원을 상대적으로 적게 이용함으로써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지방 인구감소라는 추세를 감안할 때, ‘컴팩트 시티’는 인구변화에 대응해 조방적 토지이용을 지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육상 생태계의 보호·복원’이라는 목표가 지속가능한 도시, 에너지 등 SDGs의 타 목표들과 연계 추진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컴팩트 시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평면적 개발 보다는 수직적 압축개발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컴팩트 시티’는 지속가능발전 목표들간의 연계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적절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육상생태계의 보호가 도시차원의 국지적인 영역에서부터 지역 등 광역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목표라는 측면에서 ‘컴팩트 시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심도시를 고밀 개발하고 농촌지역은 중심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의 대도시권 발전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데, 이것을 위해 ‘컴팩트 시티’의 개념에 기반 한 대도시권 관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육상생태계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컴팩트 시티’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획일적인 수직 고밀개발이 미칠 환경적 영향이다. 육상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육상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보장해야 한다. ‘컴팩트 시티’가 좋은 점이 많다고 해도 이것을 모든 지역에 그대로 복제하면 안 된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에서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는데, 인간들은 이것을 단순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바 있다. 지역의 환경과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컴팩트 시티’가 추진되어야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선순환’이 보장될 수 있다. 지역의 생태계가 갖는 특성을 무시한 획일화된 수직 고밀개발은 경계해야 한다. ‘컴팩트 시티’의 초고층화가 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국지적인 돌풍이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컴팩트 시티’는 불필요한 활동은 ‘컴팩트’하게 정리해서 자원을 절약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환경적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컴팩트 시티’에 필요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컴팩트 시티’와 육상생태계의 보호라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조화를 위해서 가칭 ‘친환경 컴팩트 시티 인증제’와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만하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컴팩트 시티’에 대해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도시와 육상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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