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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 정책의 고 포인트(Go Point)

[칼럼] 이기환 소방방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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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 7월2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틀 만에 산불지역이 약 3에이커(12,140㎡)로 확대됐다. 3일째 되던 날에 소방대가 투입되었으나 36시간도 되지 않아 대원 중 14명이 사망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정보 없이 진압작전을 펼쳤고 명확한 책임자가 없었다. 우선 산불의 규모와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초기 진압시기를 놓쳤다. 더욱이 기상예보도 파악하지 못하고 방화선 구축에도 실패했었다. 그리고 대원들 중에 유능한 소방관 3명이 있었으나 스스로를 의사결정권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진화작업을 서로 따로 해 산불이 폭발 점에 이른 것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안전선을 불과 90m 앞두고 소방관 14명이 참사를 당한 것이다. 정확한 상황판단에 따라 행동을 하지 못한 결과로 소방관 리더 자신과 동료 소방관들이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 
 
소방관 생활 36년째이다. 그동안 결단을 내려야하는 고 포인트(Go Point)시간들이 참 많았다. 예스(Yes), 노(No)를 말해야 하는 순간들 말이다. 나의 결정에 따라 다른 사람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왔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장으로서 그 책임과 임무가 더욱 막중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늘 고 포인트의 실패사례인 미 콜로라도의 스톰킹 화재를 되새기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재난의 발생빈도가 급증하고 그 규모가 대형화되고 재난 유형이 다양화돼 인명 및 재난피해가 날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후변화 위험국에 속한다.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재난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도시화 및 인구과밀화에 따른 재난취약요소가 증대되고 있다. 초고층건축물과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증가로 초고층화와 지중화율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도로확장 아파트 건립, 건물증가, 포장 등으로 배수 및 투수면적이 축소되는 등 도시개발 및 생활공간 확산과 밀집화로 재해위험공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의 급속한 증가로 노인들이 재난상황시 신속한 대피가 곤란하고 재난정보를 인지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각종 시설 노후화 등으로 재난취약시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후변화, 안전사고 빈발 등 당면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재난관리 패러다임 모색과 국가재난관리시스템 발전을 위해, 국민생활안전 및 재난취약계층 안전복지 등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친서민· 재난현장 중심」의 소방방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난취약계층은 당장의 생계유지에 급급하여 안전에 대한 관심이 소홀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재난위험요소를 찾아내어 개선하고 보다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CPR)확산운동을 펼치기 위해 ‘1소방관서 1국민심폐소생술 교육센터’를 설치하여 소생률을 높이며 초·중·고생을 ‘CPR 생명지킴이‘ 로 육성, 2022년까지 10~70세 국민 50% 이상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권역별 국민안전체험관 설치 및 이동안전 체험차량을 확대 배치하고 어린이 참가 119안전프로그램 운영을 확대 하는 등 재난안전 체험교육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대비 방재기준 가이드라인 마련, 지역별 방재성능 목표 설정 등 종합개선대책 추진, 재해위험지구 정비 등 ‘예방중심의 방재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또한 재난 취약계층 안전대책과 국토 전반에 산재해 있는 위험요인 해소로 안전사각지대가 없는 ‘재난에 강한 국토 환경’을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선진국 수준의 소방인프라 확충으로 ‘국민 누구나 고품질 소방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재난관리책임기관 협력체계 구축, 안전기준 표준화 등 제도적 장치 보강, 각종 매뉴얼 정비 등으로 재난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국민들도 재난으로부터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활방재 의식을 실천하여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고 국가 소방방재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길 바란다. 
 
태풍·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시기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올바른 결정과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고 포인트’가 작동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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