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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4 23:5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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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손안대고 코풀려다, 처량해진 '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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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가수들이 노래를 잘 부르고, 탤런트·영화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선은 스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돈벌이가 된다. 음원 수익과 영화·드라마 출연료로 수익을 거두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스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아직까지 기업의 CF 출연이 큰 몫을 차지하지만 최근 기획사들은 스타를 이용, 직접 사업까지 겸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것은 외식사업이다. 특히 잘나가는 기획사들이 잘나가는 소속 연예인들을 등에 업고 주력 중이다. 듀오 '동방신기'와 그룹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SM엔터테인먼트는 외식사업부를 통해 퓨전 한식당 'e-테이블'을 운영 중이다. 탤런트 배용준(39)의 키이스트는 일본 자회사 DA를 통해 현지에서 한식당 '고시레'를 열었다. 공유(32) 전도연(38) 하정우(33)의 소속사인 판타지오는 디저트 전문 프랜차이즈 '망고식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판 'AKB48'로 통하며 화제가 된 24인 걸그룹 '리더스'를 매니지먼트하는 TGN엔터테인먼트는 색다른 스타마케팅을 시도하려 했다. 보유하고 있는 톱스타를 이용해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 다른 기획사와 달리 그룹을 데뷔시키는 동시에 커피 프랜차이즈 '센티모르' 사업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어차피 연예 매니지먼트가 상업적으로 치닫고 있는 흐름상, 둘의 조합이 나쁘지만 않으면 모른 척 눈감아 줄 법했다. 그러나 너무 상업적인 것이 문제였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커피 홍보 준비에만 몰두했다. 
 
29일 오후 열린 '리더스' 쇼케이스는 엉망이었다. 데뷔곡 제목조차 정하지 못한 '리더스'의 무대는 어영부영이었다. 평균나이 19세의 소녀들은 만들어진 웃음과 동작만 내보이기에 급급했다. 더구나 이들을 취재하거나 촬영하는 기자도 없었다. 
 
행사를 진행한 이벤트업체의 직원이 쇼케이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는 오히려 취재를 하러 온 이들에게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의 머릿속에는 이날 쇼케이스 뒤에 벌일 센티모르 투자 설명회에 참가할 투자자와 VIP의 자리배치만 가득 차 있었다.
 
한예슬(30)과 조인성(30)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iHQ는 커피 전문점 '카페베네'가 최근 연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가맹점 1호점의 점장으로 탤런트 송승헌(35)을 내세웠다. 1호점 오픈 날 송승헌은 가게로 나와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이 두 사례를 비교하는 이유는 연예인을 사업에 이용하는 기술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연예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제대로 스타로 키운 뒤 그 후광 효과를 노려야 한다. TGM은 그러나 사업에 성공한 기획사들의 사례를 간과했다. 평범한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과정에 대한 투자도 없이 그저 허울뿐인 이슈만 취하려 들었다.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려다가 손만 더러워진 꼴이 됐다. 
 
기획사는 이벤트 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란다. 자신들은 미처 상황 파악을 하지도 못한 채 벌어진 일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도 무의식적으로나마 사업을 우선시한 도의적인 책임은 면할 수 없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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