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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4 23:5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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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검사권 확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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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대주주와 간부들의 '막장 드라마'가 연일 실체를 드러내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 감지했음에도 규정에 얽매여 제재를 가하지 않거나 예금자들의 피해를 막기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우선 대주주인 김찬경 회장이 밀항까지 시도하다 붙잡힌 미래저축은행의 경우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김 회장의 해외도피 시도를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미래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를 유예 한 뒤 김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검찰에 요청했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은 공항에서 출국을 저지 당했고, 항공편을 이용한 해외 도피가 불가능해지자 밀항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국금지를 요청할 정도라면 금감원은 이미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금감원은 출금조치 이후 김 회장이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는 등 도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아 신병확보에 애를 태웠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감원은 또 김 회장이 2006년에 빚 164억원을 갚지 못해 지난해 3월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가 도입된 2010년에는 채무불이행과 관련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아 법률상 문제 삼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 예금자들과 후순위채 보유자 등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점.
 
금융당국은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 미래저축은행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 은행 예금자와 후순위채 보호자들이 사전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회도 전혀 주지 않았다. 
 
금감원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석 회장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빌려간 37억원의 대출금을 영업정지 한달 전에 회사 돈으로 모두 갚아줬다. 또 미래저축은행과 서로 짜고 각자 상대방 회사의 유상증자 과정에 편법으로 투자한 사실도 적발됐다. 
 
망해가는 와중에도 내부 직원들과 업계 '동업자'를 위해 고객들이 맡긴 피같은 돈을 물쓰듯 쓴 셈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조치가 있었던 흔적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감독당국은 "뱅크런이 우려된다"며 진실을 숨기고 쉬쉬하는데만 급급했을 뿐이다. 
 
금융당국은 4월 들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기자들에게 '보도금지'를 공식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일체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일부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한편으로는 입단속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과 가족들의 예금을 저축은행에서 빼내 안전한 대형 시중은행으로 옮겨놓기도 했다. 
 
감독당국도 할말은 많다. 금융당국은 "제한된 검사권한의 개선 없이는 실효성 있는 부실 방지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문답이나 서면질의에 의존하는 현재의 검사방식으로는 해당 금융사 임직원의 '자백'이 있기전에는 불법행위를 가려내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예컨대 포괄적 계좌추적권만 있어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수십개의 저축은행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남모를 고충도 많다. 금감원의 저축은행 감독국과 검사국은 소비자보호감독국 등 관련 부서와 함께 업무강도가 가장 높은 부서로 손꼽힌다. 야근과 주말특근을 밥먹듯이 하는데다, 협박과 폭행 위협에까지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억울함만을 호소하기에는 금융당국이 엎질러놓은 물이 너무 많다.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권한 확대'를 내세우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상호신용금고에게 '은행' 간판을 달게 해준 장본인들이다. 게다가 이들 두 감독기구의 인력들은 대거 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몸집을 키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강아지를 키워 늑대로 만들어 놓고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우니 더 큰 채찍을 달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금융당국.
 
자신들이 키워놓은 늑대에 물린 예금자들의 비명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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