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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대륙과 철도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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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서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실컷 울고 싶을 때, 실컷 웃고 싶을 때 우리는 언제든지 기차를 탈 수 있다. 기차를 탄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운 사람을 만난다. 기차는 단순한 공간 이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유럽의 낭만적인 풍경 속으로도 기차는 달린다. 유럽을 찾는 이들에게 기차는 매우 편리하고 저렴하며,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바로 그 유럽의 한복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지난 3일 열린 54개국 교통장관회의에 참석했다. ‘단절 없는 교통(Seamless Transport)’을 주제로 다양한 교통 발전 사례가 소개됐다.

이탈리아는 올해 4월 말부터 민간고속철도 운영사업자(NTV·Nuovo Trasporto Viaggiatori)를 선정해 100년 철도 독점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요금은 낮아졌고 페라리 고속철도(NTV) 브랜드의 럭셔리 고속철도도 서비스된다. 1992년부터 경쟁을 도입한 스웨덴은 정시성, 운영 효율성, 서비스 만족도를 모두 높였다. 포르투갈도 곧 경쟁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도 2015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부터 경쟁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113년 철도 독점운영체제를 종식시키는 이번 정책은 2004년 고속철도 개통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한항공 독점체제가 7개 항공사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서비스는 좋아지고 요금은 떨어진 것과 같이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했던 안전사고와 고장도 줄어들 것이다.

다수의 철도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처럼 안전도 중요한 경쟁 요소이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파업하는 일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값싸고 서비스 좋은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면 철도 투자도 늘어나므로 일자리 선택 폭도 확대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철도경쟁 도입 정책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이미 시작된 철도구조 개혁을 마무리하고 완성하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마련한 철도구조 개혁 로드맵에는 구조 개혁 제4단계로서 ‘철도경쟁 도입’이 명시돼 있다. 이번 정책의 근거 법률인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사업법도 모두 당시 마련됐다.

유럽의 경우 97년부터 점진적·단계적 개혁을 해오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도 꾸준히 추진해온 철도 개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만 여덟 차례나 토론회를 거쳤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제도의 틀을 만들 당시 국회 등에서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친 정책이기도 하다.

일찍이 87년 민간경쟁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시속 500㎞ 이상의 자기부상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처럼 우리도 철도산업 도약을 위한 발판을 하루속히 구축해야 하겠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은 2010년부터 모든 회원국에 철도 운영에 대해 경쟁을 도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2년 5월, 유럽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온 세계가 경쟁의 효율을 도입해 기차를 타고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철도의 미래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승객의 안전, 승객의 편리함, 승객이 원하는 서비스….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특정 이해당사자보다 승객이 중심이 되는 철도가 돼야 한다. 경쟁체제 도입으로 우리 철도가 더 많은 국민적 사랑을 받을 것이다. 유럽의 철도처럼.

권도엽(국토해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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