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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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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준 전시' 상태다. 북한에서 준전시상태는 군대와 모든 직장, 동인민반, 학교가 불시에 내려질 전쟁 동원령 대응태세에 돌입한 것을 의미한다.

실제 3월4일 평양시 김일성광장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이후 최대규모인 주민 1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시 군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남조선을 무력 통일시키겠다는 선전구호로 격렬하게 반응했다. 최근 노동신문에서는 "전국의 174만7493명의 청년학생들이 인민군대에 입대, 복대할 것을 탄원하였다"며 이례적인 전쟁 결의 소식을 전했다.

신문은 전날에도 각당의 일꾼들, 근로자, 당조직 등이 명령만을 기다리며 고도의 전투 동원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지면에 배치했다. 노동신문이 관련내용을 한 지면에 80%가량 할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이 전시상태에 돌입했어도 대놓고 선언한 적은 없다.

북한은 지난 3월3일에는 일본 교도통신사, 중국 신화통신, 미국 AP통신사 등의 특파원 기자, 각국 외교대표, 대사관 무관들, 국제기구 대표들을 불러 남측에 대한 초강력 도발을 감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정책국 곽철희 부국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지금 우리 군인들은 특대형 도발자들에게 보복의 불벼락을 들씌우라는 발사명령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특대형 도발' 운운하며 격분한 표면적 이유는 지난달 말 인천의 모 부대 내무반에 김정일, 김정은의 사진과 함께 붙여놓은 "때려잡자! 김정일, 쳐죽이자! 김정은"이란 구호에 있이다. 북한은 수령에 대한 모독을 국가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최고의 도발로 간주한다.

3일자 노동신문은 인천 내무반 사건에 대해 "감히 태양에 대고 삿대질인가,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중상모독하는 특대형 도발행위를 감행한 리명박 역적패당의 악행에 대처하여 격동상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인민군 전략 로켓사령부에 들러 "싸움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싸움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있다가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화력 타격으로 원수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로켓 사령부를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74년 8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3월에 각각 시찰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한국 역사상 최대의 외교 이벤트인 핵정상회담을 앞두고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세계에 엄포를 놓았다. 연일 강도 높은 대남 선전포고를 날리는 북측의 의도는 무엇인가.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은 국회 도마 위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김정일 사망 시 언론에서는 청와대가 과연 사망 정보를 파악했는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보 담당자들은 생전의 김정일이 베이징으로 출국할 때 김정은도 같은 기차로 동반 출국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기차를 타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1인자와 2인자가 동승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그 자리에서 질타하는 의원도 없었다고 한다.

1587년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마도주에게 조선침공의 뜻을 알렸다. 대마도는 조선 침공을 위한 없어서는 안 될 병참기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마도는 조선침공을 원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은 대마도에게 별로 해주는 게 없었다. 대마도는 무역부터 식량까지 많은 부분을 조선에 의존했다. 그럼에도 일본 땅이란 이유로 대마도를 병참기지로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조선과 일본의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에 조선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마도주는 이 계획이 무모하다며 조선에 통신사 파견을 주선한다. 대마도주의 노력으로 일본은 조선에 사신을 보냈지만 영접에 문제가 발생해 실패하고 만다. 재차 대마도 도주의 주선으로 1588년 두 차례에 걸쳐 조공과 함께 통신사 파견을 간청하고 왜구의 앞잡이가 되어 노략질한 조선인을 잡아 보낸 끝에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 일행을 파견했지만 일본에 갔다 온 조선통신사는 일본이 조선을 침공한다, 안 한다의 두 의견으로 갈려 선조에게 제대로 된 일본정세를 알리는데 실패한다.

출병일을 몇 달 앞두고 대마도주는 할 수 없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받은 조선 침공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를 목숨을 걸고 조선의 왕인 선조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선조는 대마도주가 조선과 일본 사이를 이간질한다며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통치권자 한 사람의 오판으로 조선은 왜군에 짓밟히고 말았다. 1592년 임진년 4월13일, 700여 왜군 병선이 대마도를 출발해 부산포를 습격하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고야 만다.

그로부터 360년 흐른 1952년 임진년에는 6·25전쟁으로 말미암아 수도가 부산으로 이전되는 전시 상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녹음기로 라디오 방송하며 전쟁상황을 호도하여 피란가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한강다리가 끊겨 목숨을 잃었다.

임진년을 돌아보면 외적으로부터 수도가 위협받는 해다. 2012년이 임진년이다. 서울을 화마로부터 지키는 숭례문은 아직 복원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게는 호전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의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라고 일축한다. 미국과 소통하고 한국은 적대시한다는 통미봉남 전략으로는 북한이 얻을 게 없다고 폄하한다. 그러나 북한의 과거 도발 습성을 보면 화해 무드에서 예상 밖 도발을 자주 감행해 왔다.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결정된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6자회담 성과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2009년 5월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혼란정국을 틈타 조전만 보내고 서거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도발했다. 2002년 6월29일 월드컵으로 한반도가 축제분위기로 고조될 때 서해상에서 NLL을 침범해 2차 연평해전을 벌였다.

제임스 디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작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도발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며 도발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휴전선을 시찰했다.

북한은 왜 회담과 무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냉온전략을 구사할까. 북한 내 외교부와 군부가 이견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이 원하는 것은 한시적 식량, 에너지 지원이 아니다. 북의 궁극적 주장은 미국과 평화협정이다. 얼마 전 전해진 비공식 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은은 평화협정만 체결되면 미국의 핵우산에 편입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회담 중에 판을 뒤엎는 무력을 행사하는 사실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북미회담, 6자회담이 아니라 서방과의 영구적인 평화협정이란 메시지가 아닐까.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데일리NK는 북한 기자동맹 중앙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우리의 무자비한 복수전은 역도패당의 더러운 모략 나발통들을 단매에 묵사발 낼 것"이라며 "물리적 조준경 안에는 청와대뿐 아니라 매문가('글을 파는 사람'의 의미로 추정)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 영등포구도 들어있다"고 위협한 내용을 보도했다.

또 북한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4일 "이명박, 김관진(국방부 장관), 정승조(합참의장)는 특대형 범죄로 이미 사형언도를 받았다"며 "유연성 운운하는 류우익(통일부 장관) 역시 한 몽둥이에 쳐 죽여야 할 역적"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는 '미친 개 무리를 쓸어버리자', '전쟁광신자들의 대미 굴종행위' 등 첫 화면 전체를 대남 비난글로 도배했다.

29일 북은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4월 11일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일이고, 15일은 김일성의 100회 생일이다.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지도자의 정확한 정보와 냉철한 판단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차길진 후암미래연구소 대표 www.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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