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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앤티크(1)] 16세기 네덜런드 겨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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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뉴스 이인세 칼럼니스트]  소개되는 그림은 무려 5백여년 전인 16세기 네덜런드에서 활동했던 아버캠프의 작품이다.

16세기 네덜런드 겨울풍경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던 핸드릭 아버캠프(1585-1634)는 암스테르담의 겨울풍경화만을 고집했던 화가로 네덜런드에서는 렘브란트만큼이나 알려진 명망있는 중세의 화가다.

이 그림은 1608년에 그린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는 겨울풍경(WINTER LANDSCAPE WITH ICE SKATERS)’ 이다. 그런데 과연 이 그림이 골프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물론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5백여년 전의 유럽 암스테르담 시가지의 풍경과 당시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어 중세사를 연구하는 자료로는 귀중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골프와의 연관성은? 지금부터 그 답을 찾아가보자.

이 그림은 암스테르담의 시가지에 위치한 유서깊은 라익스박물관RIJIKS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홀랜드 국립박물관이었던 라익스는 1995년 민영화된 곳으로, 네덜런드가 배출한 렘브란트 등  세계적인 작품 수만점이 전시되어 있는 권위있는 박물관이다.

필자가 이 박물관을 찾은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컨벤션 참가차 2005년 방문한 암스테르담이었지만, 네덜런드가 골프의 기원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수백년 간 존재하는 가설로 한편으로는  리서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이번 방문은 뜻 깊을 수 있었다.

관광을 하며 암스테르담의 보도블럭을 걷던 필자에게 라익스 박물관의 전경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고 자석에 이끌리듯 그 곳으로 들어갔다.
 
험상궂고 근엄한 경비의 감시하에 5백여년이 넘는 작품들을 조심스럽게 감상하던 중 2층에 이르렀을때였다. 아버캠프가 시야에 들어왔고 필자의 발은 자연스럽게 그 앞에 멈추었다. 골프 원서 에서 그의 작품 한쪽 켠에 거의 예외없이 묘사되어 있던 콜벤을 즐기는 장면이 혹시 이 작품에도 있을까?

유심히 살펴보던 필자의 눈에 4명의 골퍼는 어김없이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아버캠프가 그의 그림에서 골퍼들을 빼놓을 리가 없지. 쾌재를 부르며 필자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작품에는 백명 이상이나 되는 시민들이 등장한다. 마차를 끌고 가는 말에게 채찍질을 하는  모습이며 4명이 기차놀이를 하듯 한줄로 스케이트를 지치고 있기도 하다. 스케이트를 신고  다정하게 가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있다.

스케이트를 지치다가 넘어지는 모습도 있고 신발끈을 고쳐매는 장면도 있다. 화가는 적나라한 묘사도 서슴치 않는데 왼쪽 하단에 얼어 죽은 말의 시체를 뜯어먹는 개와 까마귀의 모습과 이를 아이를 안은채 이를 지켜보는 아낙의 모습도 사실 그대로 그려져 있다.

우리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장면은 그림 정 중앙이다. 정박된 나무배 위의 4명을 주목하면 그들은 분명히 골프채를 들고있다. 왼손잡이 한명이 티샷을 하고 나머지 3명은 이를 보고있다.

그들 중 오른쪽 한명의 손에는 골프채가 들여있다. 물론 목표물은 수백야드 떨어진 페어웨이가 아니라 그림에서는 앞에 있는 쪽배인 듯 하다.

당시 네덜런드에서 유행하던 골프의 전신인 콜벤은 10미터 앞 정도의 얼음판에 말뚝을 세워놓고 누가 적은 타수로 가까이 가거나 맞추는 놀이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얼음판위에서의 골프놀이 장면은 당시 네덜런드의 풍경화에 많이 등장한다. 그림에  묘사된 장면은 얼음위에서 하는 골프놀이가 분명하지 않은가.

그림의 중간쯤에는 한 사람이 골프채를 들고 스케이트를 타고 앞으로 오는 모습도 묘사되어있다. 부부로 보이는 두명이 골프채를 가로 들고 다정하게 가는 뒷모습도 역시 보인다.

5백여 년 전의 화가는 그의 그림마다 이처럼 골프치는 모습을 그려넣으면서 네덜런드가 수백년 전부터 골프를 창시한 나라임을 암시하거나 입증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네덜런드에서는 당시 골프치는 놀이를 콜프KOLF ,COLF혹은 콜벤KOLVEN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집안에서는 문고리를, 집 마당에서는 현관을, 빙상에서는 막대기나 나무를 상대로 언제 어느곳 에서든 골프놀이를 일상의 하나로 삼았다.

스티븐 반 헹겔의 저서인 고대의 골프에서 COLF는 클럽CLUB이란 뜻이었고 네덜런드어로 클럽으로 하는 경기를 의미했다고 기술되어있다.

1297년 12월26일 네덜런드 북부지방에 4홀짜리 골프코스도 만들어졌다고 기술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를 COUFF, COLFE라고 불렸고, 잉글랜드에서는 GOWF,GOFF등으로 불렸다면 당시 두 나라 간의 상호작용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12세기경 네덜런드는 스코틀랜드보다 강국이었고 무역상들은 암스테르담 항구에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항구로 교역물들을 가져갔다. 그 와중에 골프채와 공도 함께 교역물품에 속해있었다는 문헌도 존재한다.

그 무역상들이 여러 날을 세인트 앤드루스에 머무는 동안 가져간 골프채와 공으로 놀이를 했을 것이며, 스코틀랜드인들이 이를 흉내내지는 않았을까. 물론 네덜런드인들이 내세우는 골프의 기원에 관한 가설이다.

현대 골프학계에서는 네덜런드의 빙상에서 하던 놀이는 오늘날 아이스하키로, 스코틀랜드의 목동들이 하던 놀이는 오늘날 골프로 발전됐다고 주장하는게 골프 기원에 관한 정설로 인식되어져 있다.

라익스 뮤지엄 기념품점에서 아버캠프의 겨울풍경 포스터를 구입한 필자는 암스테르담의 항구를 찾았다. 

수백년 전의 무역상들의 자취를 찾기란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서쪽 6백여 킬로미터 뱃길의 끝에는 세인트 앤드루스항구가 있었고 6백여년 전 골프에 관한 교역이 두 나라간에 있었다는 가정은 충분히  상상할 수도 있지않을까.

우연히 발견한 박물관에서의 5백년 된 작품은 골프의 기원에 대한 6백년 역사를 돌아보게한 계기가 되게 만들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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