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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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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제작발표회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목동 SBS센터에서 황인영(왼쪽부터) PD, 윤도현, 박진영, 보아, 양현석, 박성훈 PD 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던 SBS ‘K팝스타’ 시청률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첫 회 9.3%(AGB닐슨)로 시작해 12·13회에서 각각 17.3·17.1%를 찍은 뒤, 14회부터 16.2%, 16,2%, 그러다 지난주엔 15.8%까지 내려앉았다. 그리고 이 같은 하락은 생방송 돌입 시점과 정확히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생방송은 ‘원래’ 재미가 없다. 연출의 묘미를 전혀 살릴 수 없을뿐더러, 사운드 및 영상제반 시스템 문제로 참가자들 실력 또한 제대로 포장되질 못한다. 구성 또한 단조롭고 지루해진다. 전반적으로 쇼로서의 완성도가 지극히 떨어지게 된다.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K팝스타’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여타 유사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생방송 돌입을 기점으로 시청률이 급상승한 바 있다. 물론 그 프로그램들 역시 생방송 시점부터 완성도가 떨어진 건 마찬가지였는데도 말이다. 대체 왜 여타 프로그램들은 떨어지는 완성도로도 시청률을 올렸는데 ‘K팝스타’는 오히려 시청률을 떨어뜨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좀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K팝스타’ 이전까지 봇물처럼 쏟아졌던 여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보자. 많던 적건 이들 프로그램은 좀처럼 잘 풀릴 것 같지 않은 참가자들, 현재 주류음악시장 분위기와 동떨어지거나 도태된 참가자들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참가자들 연령대도 그렇고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도 그랬다.

그런 참가자들이 가수로서 인생을 재편하려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와 업계의 주목을 받아내는 게 필수요건이 된다. 그러려면 일단 프로그램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게 급선무다. 상위로 올라설수록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칠 수 있는 기회가 한 회라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점을 참가자들도 시청자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기존 시청 층은 아무리 완성도 떨어지는 생방송 쇼일지라도 자신들이 응원하던 참가자들 ‘인생’을 위해 문자 투표 ‘씩이나’ 해가며 응원했던 것이고, 이처럼 고조된 분위기 탓에 미디어 보도가 봇물을 이루며 그간 고정적으로 시청하지 않았던 계층까지 가담, 전반적 시청률 상승효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K팝스타’는 이와 경우가 판이하게 다르다. ‘K팝스타’ 참가자들 목표는, 엄밀히 말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승, 또는 상위 랭크돼 미디어와 업계의 주목을 받아 가수가 된다는, 꽤나 멀리 돌아가는 과정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K팝스타’ 참가자들 눈앞에는 자신들을 대형기획사로 바로 데려가 줄, 그렇게 해서 스타로 키워줄 산업 수장 본인들이 앉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로 앞의 산업 수장들 ‘눈’에 드는 것이 우승이나 상위 랭크 따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을 시청자들도 모두 눈치 채고 있으니 우승자를 가리는 최종 오디션에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고, 그런 탓에 생방송 체제의 단점들만 부각돼버린 것이다. 지금의 시청률 하락은 그런 근원적 딜레마가 객관적 지표로 드러난 결과라고 봐야한다.

물론 그래도 우승과 상위 랭크가 중요한 건 여타 프로그램들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보다 상위 랭크로 올라선 참가자들일수록 업계 수장들로부터 더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대형기획사 입성 차원에서도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이미 심사위원 석에 앉아있는 YG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부터가 이 같은 측면을 부정하고 나선 바 있다.

스포츠동아 3월21일자 기사 ‘양현석 “‘K팝스타’ 톱8 중 두 명 맘에 있어”’에서 양현석은 “‘K팝스타‘ 출연자 중 혹시 욕심나는 후보가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떨어진 참가자 중 두 명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4월까지 접촉하지 않는다. 톱8에 오른 사람 들 중에서도 두 명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데려가고 싶은 참가자들 4명 중 2명은 아예 오디션에서 탈락한 경우고, 나머지 2명도 살아남아 우승을 하건 곧바로 떨어져 8등을 하건 큰 관계가 없다는 투다. 등수와 기획사 입성은 별 관계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러니 시청자들 입장에선 더더욱 ‘K팝스타’ 최종 우승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3대 기획사에서 ‘데려갈 만한’ 후보군 10~20명 정도는 설정된 상태다. 나머지 등수 매기기는 그저 쇼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참가자들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더구나 3대 기획사 외 여타 기획사들에서도 참가자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바도 있다. 결국 진정한 우승 배틀은 4월 이후, 등수와 관계없이 이면에서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맥 풀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완성도 떨어지는 생방송 진행까지 덧씌워지니 시청 층 이탈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단 것이다. 이쯤 되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있어 ‘당연히’ 택해야만 하는 형식으로 인식되는 생방송 진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필연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여타 프로그램들이 후반부에 이르러 굳이 생방송을 택하게 되는 이유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녹화방송으로 시청률 15%대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탈락자 스포일러를 막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스포일러가 돌기 시작하면 자연 김이 빠져버려 시청욕구가 저하되는 상황을 낳는다. 탈락자 정보를 프로그램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동시에 전달받으려면 생방송 외엔 답이 없어진다.

또 다른 이유로는 소위 본방사수 욕구를 부추기는 데에도 생방송만한 게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생방송 그 자체만으론 안 되고, 문자 투표까지 더해 시청자들 권력 감정을 부추겨줘야만 본방사수 욕구도 배가된다는 공식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 방송이 진행돼 ‘응원하는 참가자’가 설정된 뒤에야 문자 투표건 뭐건 참여할 욕구가 생기므로, 생방송 돌입은 대개 프로그램 전체에서 3분의 2 정도가 나가고 난 뒤 시도되는 게 정석처럼 굳어진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이유들 모두 ‘K팝스타’에만큼은 적용될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는데 있다. 언급했듯 ‘K팝스타’는 애초 누가 우승을 하게 될지에 큰 비중이 기울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탈락자 스포일러가 나돌아도 큰 상관이 없었다. 스포일러가 돌건 말건 사후 편집을 통해 참가자들 공연을 더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 방향성에도 걸맞고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더 만족스런 시청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본방사수 독려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본방으로 안 보고 인터넷 다운로드 등을 통해 보는 젊은 시청 층을 TV 앞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그런데 ‘K팝스타’가 편성된 일요일 저녁시간대는 딱히 그런 전략을 펼칠 필요가 없는 시간대다. 다음날 등교해야 할 10~20대, 출근해야 할 30대 모두 ‘가능한 집에 있으려 하는’ 시간대이므로, 애초 TV를 켜놓고 있는 대중이 워낙 탄탄히 확보돼있다.

그러니 이미 TV를 켜놓고 있는 대중 가운데 어느 만큼이나 자신들 프로그램 쪽으로 채널을 돌리게 하느냐가 관건이 돼야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생방송 돌입까지 시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어설픈 연출이 드러나는 생방송 쪽이 독(毒)이 될 우려마저 존재한다. 차라리 완성도 높은 녹화방송으로 어필하는 게 더 적합한 전략이었을 수 있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K팝스타’는 참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특이한 콘셉트에 특이한 목적을 지니고 특이하게 진행돼온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마저 생방송 돌입이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주박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걸 보면, 제작·기획 측에서도 ‘K팝스타’ 고유의 특이조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제작에 임한 것이리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여러 측면에서 ‘K팝스타’가 지닌 ‘K팝스타’만의 차별성과 매력요소들은 상당부분 녹화방송 형식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참가자들의 낮은 연령대 탓에 부각된 ‘신동 쇼’로서의 매력, 작위적 눈물요소 대신 치열한 경쟁과정 자체만으로 드라마를 뽑아낸다는 차별성,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대표하는 굴지의 K팝 기업들 내부를 훔쳐보는 재미 등은 모두 정교한 연출과 편집이 가미된 녹화방송이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남들 하던 대로 생방송에 돌입하다보니, ‘신동 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매회 참가자들 실력논란이나 벌어지고, 경쟁과정 묘사도 밋밋하고 직선적인 ‘줄 세워 노래시키기’에 종속돼 지루해져 버렸으며, 심사위원들 역할과 역량도 극히 축소돼 그저 여타 유사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에 비해 떨어지는 말빨이나 선보이게 된 것이다.

보다 원칙적인 측면에서 남은 생방송 분량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배경 연주 사운드나 올렸다 내렸다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생방송 체제 내에서도 가능한 녹화분량을 늘려 본래 ‘K팝스타’가 지녔던 차별성과 매력요소들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론, ‘K팝스타’가 유종의 미를 거둬 시즌2 기획에 이를 수 있게 된다면, 이어질 ‘K팝스타2’부턴 생방송 돌입 따위 아예 생각지도 말고 탄탄한 연출이 담보된 녹화방송 쇼로서만 기획해볼 필요도 있다.

기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대안으로서 등장한 프로그램이라면, 그 정도 파격요소는 시청자들도 충분히 받아들여 주리라 믿는다.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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