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조국씨 딸 논문 저자 논란... "의학계 치욕"

허대석 교수, 제대로 된 입장표명도 못하는 한국 의학계 민낯에 분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경제뉴스 노영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기자회견 형식의 셀프 청문회를 통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딸 조민씨가 고등학생 시절 SCI급 의학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된 것을 두고 의학계 안팎에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는 “몰랐다”고 말했다.

일부 의학자들은 의학논문 출판윤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두고 "한국 의학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치욕스럽다"고 고 분노를 표했다.

허대석 교수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논란은 '한국 의학계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의과대학 교수로서 환자 검체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논문을 쓰는 작업을 약 30년간 지도하면서 대학원 신입생이 논문을 1년 이내에 완성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면서 "온종일 실험실에 상주하는 전일제 대학원생도 2년을 일하고 석사 논문을 완성하지 못하는데 고교생이 어떻게 제1 저자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야와 달리 실험을 통해 의학논문을 작성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고, 그것을 위한 기본적인 시간과 노력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과 관련해 허 교수는 ▲연구계획 과정 ▲환자의 검체 확보 ▲필요한 실험기법을 배우고 익히는 기간 ▲실험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문지식을 토대로 논지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지도교수와 어떤 주제로 연구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관련 분야의 참고문헌을 폭넓게 읽어 이해하는 과정에만 최소한 수개월이 걸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이미 다른 연구자가 수행한 실험을 반복할 위험도 있고, 아무런 의미 없는 연구가 될 수 있어서 연구계획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된 이번 논문은 genomic DNA 추출, gel electrophoresis, PCR, SPSS 통계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고 있다. 숙련된 연구자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실험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인 경우 하나의 실험기법을 익히는 데만 몇 주씩 걸린다"고도 언급했다.

허 교수는 "기본 술기를 익혀도 믿을만한 자료를 얻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은 이런 부분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논문 작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험 결과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을 토대로 논지(論旨)를 정리하는 과정"이라며 "일단 정리된 원고를 영어 논문화하는 과정은 부수적인 일로, 전문성을 가진 native speaker의 scientific editing 서비스 지원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 (국내외에서) 관행화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영어 번역을 했다해서 논문저자가 될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된 논문은 2002년부터 검체를 모으기 시작해, 2008년 12월 11일 논문 제출까지 6년 이상 여러 사람의 노력이 투자된 결과물"이라고 지적한 허 교수는 "이 논문에 고등학생이 인턴으로 일하면서 관여할 자리는 없다"고 단언했다.

허 교수는 "이런 여러 문제가 있고, 사회적 논란이 된 지 2주가 경과했음에도 의학계에서는 제대로 된 입장표명도 하지 못하고 왈가왈부하고 있는 현실 자체가 한국 의학계의 민낯이고 치욕"이라고 했다.

서정욱 서울의대 교수(병리학교실)도 최근 의료전문지 기고를 통해 이 시점에서 연구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 교수는 "학술 논문 출판 관련 비위 사실은 연구자의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영구적으로 남는 문화유산 아카이브인 학술 논문의 완결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금전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고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연구재단도 영어번역은 논문 저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최연혜(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소재 한 대학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연구과제에 참여해 제출한 연구논문이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다.

당시 한국연구재단은 "실험 참관, 영어번역, 영어 수정·교정은 저자포함 조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SDG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지속가능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