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경제뉴스 이춘영 기자] “이 앨범은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를 위한 작품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57)가 4년 만에 발표한 마흔다섯번째 앨범 '마더'를 "선물하고 싶은 음반"이라며 치매로 딸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어머니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쳤다. 일종의 사모곡인 셈이다.
조수미는 23일 "저희 어머니는 본인이 성악가를 할 수 없었던 것을 원망하면서 사셨어요. 제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늘 하던 말씀은 '결혼을 하면 안 되고 대단한 성악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죠. '내가 못한 노래를 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두 세 번씩 강조하셨습니다"라고 돌아봤다.
"딸을 닦달해서 어머니를 원망하고 미워도 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여덟 살 조수미는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노래를 하며'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서울대 음대를 거쳐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간 1984년 작은 셋방에 오도카니 앉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가장 그립고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어머니였다.
"그 분이 원하셨던 꿈이 생각난 거예요. '내가 여기 왜 와 있는지'를 그때 이해했죠. 어떻게 보면 제가 되게 효녀에요. 수의사가 꿈이었는데 성악가가 됐죠. 결국은 어머니가 저를 잘 보신 거예요. 성악에 탤런트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신거죠. 어느 날 저를 떠나신다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분이 될 거예요."
조수미는 앨범 수록곡 13곡을 모두 직접 골랐다. 타이틀곡 ‘바람이 머무는 날’(Kazabue)을 비롯해 ‘마더 디어’(Mother Dear), ‘워터 이즈 와이드’(Water is wide),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 등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노래들이 담겼다.
정통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민요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으며,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후배인 이탈리아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와 듀엣도 시도했다.
보너스 트랙인 ‘아임 어 코리안’(I‘m a Korean)에는 평생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이름을 알린 조수미의 신념이 담겼다.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 부른 곡입니다. 저는 세계 무대를 돌면서 한시도 ’소프라노 수미 조, 프롬 코리아‘를 잊어본 적 없어요. 항상 자랑스럽게 함께하는 수식어죠”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데뷔, 한국을 대표하는, 아니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됐다.
영국 런던의 유명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5월11일 마스터클래스와 12일 리사이틀을 여는 등 여전히 세계적으로 스케줄이 가득차 있는 조수미는 "글로벌 시대에 젊은이들의 이해도가 빨라 세계에 잘 연결이 된다"고 한다.
"우리 문화를 늘 기본으로 가지고 가야 해요. 우리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다른 세계와 다른 정서로 그들의 문화와 이해심을 높여 줄 수 있어야 문화가 같이 갈 수 있죠"라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미혼이다. 어머니를 위한 노래를 들고 왔지만 그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밤의 여왕’으로 기억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