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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이란 ○○를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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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비창업자가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인 필자에게 무심코 이런 말을 던졌다. 

"프랜차이즈란 가맹주에게 있어서 시간을 사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누가 보아도 나이도 젊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부족할 것만 같았던 한 여성 예비창업자의 당돌한 발언은 옳고 그름을 떠나 프랜차이즈 전문가라고 자부했던 필자가 보기에 곱씹어 볼 충분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발언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프랜차이즈 개념과 비교해 봤다. 
 
적지 않은 시간을 프랜차이즈란 개념과 함께 보낸 필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바보 가맹주도 운영하여 수익을 내게끔 만드는 것'이란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프랜차이즈 혹은 창업 관련 교육을 받다 보면 '과연 수강생들이 창업은 고사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강사들은 대개 창업자가 확고한 의지와 오랜 준비, 근면 성실한 자세, 직원과의 인화, 고객에 대한 지극한 서비스를 갖추면 창업에서 실패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현실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공허한 말이지 않나 싶었다. 
 
그런 기본적인 소양은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것인데 창업에 임하는 30~50대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요구일 뿐 별 도움이 안 되는 허망한 경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갭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예비 여성창업자의 '시간을 산다'와 필자의 '바보가맹점도 수익을 내는' 개념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 예비창업자 자체가 성공한 CEO에게서 발견되는 자질들, 즉 호기심, 통찰력, 디지털마인드, 추진력, 리더십을 갖춘 1000의 1 정도로 매우 희귀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실 그 정도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면 스스로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도 성공할 사람이다. 
 
다만 그에게는 성공을 위해서는 시간과 시행착오만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처음으로 프랜차이즈를 만들 때 추구했던 것이 맥도날드식 'All in One'으로 바보도 운영하는 가맹점이었다. 
 
기본적으로 가맹주의 이른바 '자율의지'를 믿지 않고 본사가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해주는 방식을 원했었다. 
 
하지만 필자의 회사는 맥도날드가 아니었고 프랜차이즈시스템이란 것을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통렬하게 깨달았다. 
 
전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 탓인지 지난 2월부터 거의 모든 지점에서 급격한 매출감소가 발생했다. 
 
본사는 마케팅이라는 실탄을 어마어마하게 쏟아 부었고 이러한 물량공세로 다행히 어느 정도의 매출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본사가 거의 모든 자원을 가맹점을 위해 지원했는데도 일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시하거나 심지어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란 어쩌면 당연한 명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인간적인 배신감이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이 높고 이러한 가맹점은 또한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주가 많으며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필자로서는 무릎을 탁 칠만한 조사결과로 우리 회사도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주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본사 탓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우리 가맹점들은 대부분 매출이 타사 프랜차이즈 한복대여전문점들에 비해 훨씬 높아서 불만이 높지 않고 많은 가맹주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 몰지각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론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프랜차이즈 문제가 불거지면 보통 본사의 횡포에 대해 많이 다루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가맹주들의 몰지각한 행태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의 회사는 가맹희망자 수백명 중 선별해서 가맹점을 내준다. 
 
어떤 가맹희망자는 돈을 싸들고 오고 이메일로 협박하다시피 했지만 끝내 가맹점을 내주지 않았다. 
 
한 명의 잘못된 가맹주는 본사와 다른 가맹주들에게 복구할 수 없는 엄청난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녹록치 않은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지금 창업시장에는 요식업, 편의점, 커피전문점이 대부분의 창업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필자가 만약 프랜차이즈 가맹창업을 한다면 이 3개는 제외하고 다른 아이템을 찾을 것이다. 
 
사업이나 창업을 한다면 떠올리기 쉬운 것이 바로 먹는 장사인데 미국 대비 3배의 식당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과연 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한 지역의 매출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이것을 세 집이 나눠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고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요식업은 대다수 창업자를 궁지로 몰 것이다. 
 
편의점은 안정성이 있는 반면 결국 자기 인건비 정도만 번다는 것이 창업시장의 속설이다. 
 
요즘 최고의 화두인 커피전문점의 경우 또한 성공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존재해도 가맹점의 성공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필자의 사무실 인근만 해도 각종 유명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즐비하고 아메리카노가 단돈 1500원인 저가형 커피점 또한 이들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 사이사이에 파고 들어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요식업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불행히도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결국 몇몇의 성공한 커피전문점 본사 외에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대다수 가맹점의 원성이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손에 물을 묻히지 않은 채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면서 쉽게 일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대다수의 창업자는 아예 창업을 포기하고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라리 노점상이나 1인 창업으로 몸으로 때우는 형태의 창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40~50대 창업과 실패는 회복불능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흔히 물 좋은 창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재의 세태이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창업은커녕 프랜차이즈 창업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뉴시스>
 
<한구현 한스시즌투 대표이사ㆍ前 한양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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