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경제뉴스 김성훈 기자] 숙환으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정치권과의 인연이 참 기구했다.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에서 한진해운이 해체되는 비운을 겪은데 이어 좌파정권에서 오너 일가 ‘갑질’논란이 빌미가 돼 수사당국은 물론 행정부처로부터도 잇딴 수사·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은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2018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비난을 샀다.
이어 지난달에는 그룹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 반대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해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썼으나 미운 털이 박힌 건 어쩔 수 없었다.
경영권 상실 2주만에 별세해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1974년 한진그룹 과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한항공 사장-회장을 지냈고 부친 타계후 2003년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정치권과 이런 저런 연유로 자살하거나 기업인으로 세 번째라고 할 수 있다.
DJ 정부때 정치권 대북 비자금 마련에 관련된 현대 정몽헌 회장, 노무현 정부 때 노 대통령 형인 노건평씨에 인사청탁 관련해 돈을 주었다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투신자살했다
남사장은 노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주며 사장 연임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조사결과는 노씨가 남 사장에게 연임을 도와주겠다며 금품청탁을 해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이 사건은 조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