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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묵의 굿모닝! 4차산업혁명(10)] 암호화폐, 오랑캐, CES 2019를 관통하는 무지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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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뉴스 강장묵 컬럼] 최근 필자는 2019년 빛낼 ICT 산업군을 선정하거나 국가 전략 산업 및 서비스에 관한 자문 요청을 예년처럼 제법 받았다. 그 중 2018년 초, 사회적 이슈가 된 암호화폐를 주제로 글을 쓰거나 산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하면 번번히 곤란해 한다.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여권인사들 조차 정부 정책에서 자신의 공약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라는 금칙어를 지우고 ‘블록체인’으로 말바꾸기를 한다. 정부가 인식 시킨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어감은 1980년대 ‘빨강’이 곧 ‘빨갱이’에서  ‘북한 괴뢰군’이라는 이미지로 치환되는 것과 매한가지다.

이런 어리석은 ICT 정책에 색깔 물들이기에는 국내 ICT 전문가가 부재해서가 아니다. 대통령제 하에서 수장 아래 대다수의 장관, 차관, 청와대 정책실장, 민정 수석 등이 기술에 문외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전공도 그렇거니와 그들의 삶에서 ICT는 저 먼 변방의 오랑캐 쯤이다. 기술을 모르니 기술로 불어닥칠 풍파가 더 겁나고 그로 인해 책임을 지기는 싫으니 온갖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그래서 자고로 구한말에는 유생들이 나라를 일본에 바쳤고 지금은 그런 아날로그 인사가 나라를 망친다.

필자는 글이나 자문을 요청한 정부기관 또는 준정부기관에 맞추어 ‘블록체인’으로 말을 바꾸는 곡학아세를 나라 흐름에 따라 유도리 있게 바꾸어주었다. 시민의 참여로 암호화폐의 생태계 구축이 왜 중요한지는 빼고, 유통이나 물류에서 원산지를 추적는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기술하여도 ‘도긴개긴이다‘ 하고 나라 미래에 대한 근심은 놓았다. 

그러나 사실, 기술 중립적인 드라이한 사회 변화란 없다. 오늘날 기술의 수준은 인간이 태초에 물적 환경, 자연에 헐벗은채로 서 있던 그 당시의 주변 환경을 구성해줄만큼 인간의 인식, 판단, 의식흐름, 사고,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는 기술이 따로 놀고 법이 기술을 조정하는 세상이 아니다. 어느날은 기술이 훌쩍 먼저 가 인간 앞에 산을 만들어놓으면, 인간이 그 안에 가서 경사면에서 농사짓기와 그 경사진 곳에서의 측량법을 제정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 가장 큰 예가 암호화폐이다. 암호화폐는 왜 정부가 돈을 가지고 장난치는가이다. 기술적으로 소시민부터 대기업까지 돈을 찍고 이자도 걷고 화폐도 채굴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대기업으로 힘이 쏠리고 그러면 나라는 힘을 잃고 동네 조폭같은 기업이나 이기적 주체에 의해 나라는 풍지박살이 난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 생각을 가지는 지점에서 기술을 모르는 아날로그 법학자나 관료는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이다.

그리고 유언비어를 버젓이 날려도 된다. 청와대나 그 어디에서 ICT를 인문/사회 융합적으로 바라보는 공학자도 없고 공학자가 그 곳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려잡으면 그만이다.

또 한 생각에는 설마,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국가 정책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심한 고민을 하고 관련 전문가를 모아 경청하고 이해 당사자를 조율했을 것이다. 그러나 늘 결론은 무지한 몇몇 위정자에 의한 정무적 판단이다. 기술이 사회에 파급력을 미쳐 경제 질서, 기존 법 질서, 이해관계자 중 기득권의 심기를 건드리면 무조건 ‘진흥법’을 내세워 ‘막는 법’을 제조하는 식이다.

그렇게 하여 우리나라 ICT 정책이 덕지덕지하게 되어왔고 그 와중에서 우리나라의 ICT는 되는 것도 없고 또 안되는것도 없는 형국이다.

그런 국가 사회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나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미국이 국력이 그냥 앞서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젊은 시절, 로마 같은 미국이 기울것이라는 이야기와 일본이 가라앉거나 우리나라가 곧 추월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자랐다.

당시 미국은 자동차가 안팔려 일본 경영을 배우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소니, 도요타 등을 추격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미국은 ICT를 중심으로 거대한 제국이 되었다. 데이터와 정보를 가진 국가 미국은 엘빈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에서도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2019년 1월 11일 국내 최대 포털의 ‘이 시각 주요 뉴스’화면 캡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는 연일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 행사가 아니지만 여기서 소개되는 기술이 미래 사회를 바꾼다. 그냥 미래 사회를 조금 편리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다.

말을 걸어 집 안에 불을 켜게 하고,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주차하게 하는 작은 기술이 있다. 그러나 평소 시민의 언어 습관을 보고 학습한 인공지능이 주인과 비슷한 말투로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주인이 좋아할 만한 ‘가짜뉴스’ 심지어 주인의 이념과 성향을 더 강화하는 특정 뉴스만 뽑아 읽어줄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 고위 관리가 정경 유착하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되는 적폐 역시, 블록체인과 자연어 처리 기술로 그 기준과 패턴을 정할 수 있다. 적폐청산의 동력이 엄격하게 말해 새로운 이념으로 무장된 정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에 의한 사회 시스템 구축에 있는 것이다.

정권의 힘으로 소란스럽게 적폐청산을 외친지, 집권 3년차  국민의 피로도만 높아진다. 별로 새롭지도 못하고 체감도 되지 않는다.

바람직한 기술 시스템을 신기술 속에서 읽고 이를 사회제도 속에 표현해내는 정무적 능력이 청와대와 관료 사회에 요구된다.

기술 사회를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하도록 설계하면, 5년 뒤 새로운 정권이 바뀌어도 바람직한 정책을 쉽게 바꿀 수 없다. 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고착된 기술 환경 그리고 이를 경험한 시민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기술에 의한 적폐청산을 보아야할 것이다.

이를 자문하고 고민하는 전문가 그룹은 커녕 이들이 설사 존재해도 귀하게 쓰임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이다.

그러니  CES 2019가 주요 뉴스가 아니고 그냥 기술쟁이들의 뉴스로 전락한다. 미래 성장에 욕구가 큰 정권이라면 새로운 기술이 CES 2019에 소개될 때마다, 법학자와 행정학자가 이 기술로 현 행정 시스템과 법 체계의 적폐를 걷어낼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토론회를 여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직도 한반도는 갑신정변과 동학혁명이 들판을 피로 물든이든 개화기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아날로그 이념이나 아날로그 분노의 표출만 가득한 한국은 지금 이정표도 나침판도 없는 형국이다.

미국의 CES 2019가 먼 나라 이야기지만, 곧 다가울 가까운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드론이 날라 택배기사가 일자리를 잃으면, 법과 제도는 어떤 안전망을 설계할 것인가. 그 기술이 들어와 닥쳐 서민이 데모를 하거나 자결을 하면 그제서야 고민해볼 것인가.

하루 빨리 기술자와 법과 행정가가 만나 전공을 버리고 무엇이 신기술로 우리가 문화, 제도 선진국으로 발돋음 하는 길인지 고찰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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