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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인문학(38)] 미국 골프의 성지
  • 이인세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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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뉴스 이인세 칼럼] 죽기 전에 한 번 쯤은 가봐야 할 미국 골프의 성지는 어디일까? 영국 올드 코스에 버금가는 미국 골프의 메카이자 순례지로 불리는 곳. 바로 조지아주의 어거스타 내셔널이다. 이 곳에서 열리는 마스터즈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프로들은 선수 생애 최고의 훈장으로 생각한다. 팬들 역시 어거스타 내셔널의 잔디를 한번이라도 밟아보는 것을 일생일대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조지아주의 아틀란타 시에서 동쪽으로 1백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어거스타는  4월 2째주 월요일 만 되면 홍역을 치른다. 인근20번 메인 하이웨이와 520번 외곽도로는 동서에서 유입되는 차량으로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룬다. 간선도로상에 는  파라솔을 펼쳐놓고 티켓을 팔고 산다는 팻말을 붙여 놓은 암표상도 서너군데 눈에 띈다. 돈주고도 구하기 힘든 티켓이지만 정작 현지에 오면 살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어거스타 측에서 정해 놓은 규정에 따르면 골프장 입구 에서 8백20미터 이내에서는 암표 판매를 금지하며, 단  9번 게이트 바깥 쪽에서는 가능하다.

마스터즈 대회

일반팬들이 마스터즈 대회를 직접 구경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스포츠 이벤트 중 가장 구하기 힘든 티켓으로, 미식축구 결승 수퍼볼 티켓마저 2위로 밀려날 정도다. 인터넷으로 마스터즈 사이트를 찾아 클릭을 해봐야 이메일을 남겨놓고 기다리라는 메세지만 나온다. ebay에서 구할 수 있지만 혹시 모를 짝퉁 티켓에다가 기약마저 없다. 암표는 단돈 35달러에 발매된,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의 경기 전 티켓도 20배에 달하는 6백여달러이다. 경기가 열리는 목요일부터의 티켓은 수천달러에 달하며, 대회 전부를 관람하는 일주일 간 풀코스 뱃지는 1천만원이 넘는 미화 1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1972년 이래 일반인들은 사실상 티켓을 구하는 행위 조차 불가능했다. 다만 멤버들과 관련자들에 의해서 분배되고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1978년 골프장측이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폭발적으로 신청자가 몰려든 때가 있었지만, 단 며칠 사이에 대기자가 수십만 명을 넘어서면서 즉시 판매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컴퓨터가 일상화 되면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사이트가 구축된 해는 2000년이었다. 그러나 역시 대기자들이 폭주해 사이트는 마비됐고, 현재는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다만 골프장측은 비난을 고려해 소위 마스터즈 로토라 불리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서 티켓 일부가 대기자들에게 전해지도록 조치를 하고 있긴 하다. 그나마 추첨 티켓도신청자가 사망하거나 골프장에 못오게 돼서 반납하는 것들에 한한다.

정작 대회장 입구에서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입장에서부터 엄격한 출입과정이 기다린다. PGA 모든 대회 중에서 바코드를 찍은 티켓은 마스터즈가 유일하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듯 정문에서 한 사람씩 스캔을 한 뒤 티켓의 바코드를 레이저로 확인해 진짜여부를 판별하고 난 뒤에야 비로서 입장을 시킨다. 여성들의 핸드백은 물론이고 전화기부터 모든 통신기기는 전부 보관소에 맡겨야 됨은 물론이다. 목요일부터 대회 기간 중 사진 촬영은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금지된다. 설사 운좋게 찍은 뒤 인터넷에 올려도 훗날 발각되면 “삭제해달라”며 요청이 들어온다. 일반 입장객이 아닌 후원자라는 개념의 페이트론PATRON으로 존중되어 불리는 갤러리들 중 일부는 평생의 한을 풀었다는 생각과 성지에 발을 디뎠다는 자부심으로 융단같은 페어웨이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잔디에 키스를 한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일종의 관례처럼 알려진 어거스타 의식이다. 마스터즈에 참석한 프로선수들도, 패트론들도 어거스타 내셔널은 그야말로 골프의 성지로 받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마스터즈의 회원명단은 비밀이다. 아이젠하워 등 대통령과, 빌 게이츠 등 세계 에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시켜 달라고 청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절대 회원명단 만큼은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골프장이다. 프리메이슨에 의해 세워진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4백명 정도의 회원은 예외없이 모두 메이슨 단원이고, 80년이 지나도록 단 한명의 흑인이나 여성을 회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등 인종 차별로 말도 많았던 곳이다. 오죽하면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언론들이 회원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뭇매를 가하고 있지만 그래도  골프장 측은 어떤 갑부가 회원가입을 신청하더라도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꿋꿋하게 고수한다.

일반인들에게 궁금증을 제공하는 신비주의라는 단어가 걸맞는 이 골프장은 초청 케이스가 하도 많이 밀린 관계로 회원끼리 2명 이상 라운딩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은 그렇게 자격을 얻기도 힘들지만, 여차하면 자격 박탈도 여지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만약 심각하게 골프장의 명예를 손상시킨 회원의 경우는 강제 퇴출당하기도 한다. 어느날 연회비 고지서가 날라오지 않는다면 퇴출을 당한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는 것. 골프장에서의 내기까지도 제재를 가하면서 75달러 정도까지만 인정한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21세기 들어서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각료였던  곤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사우스 캐럴라이나의 유명 사업가인 다라 무어 등 2명의 여성이 2012년에 최초로 회원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골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여성들이 주축이 돼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이곳 어거스타 내셔널의 문을 10여년 간 줄기차게 두드린 결과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회원으로 인정을 받은 최초의 흑인 여성이지만, 흑인 남성들 조차도 회원으로 된 시기는 불과 20여년 전인 1990년대이다. 소수 신비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어거스타 내셔널도 시대의 흐름에는 역행 할 수 없는 듯 꽁꽁 닫아 놓았던 빗장을 열어야 될 시기가 온 듯 하다.

이인세 칼럼니스트  webmaster@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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