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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인문학(37)] 메이저 트로피, 명성만큼 수난의 역사
  • 이인세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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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뉴스 이인세 칼럼] 메이저 대회의 트로피는 명성 만큼이나 수난의 역사를 지녔다. 깨트려지는가 하면 불에 타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한 트로피들. 대체 어떤 일들이 생겼을까.

1926년 PGA챔피언쉽 시상식장. 주인공은 1920년대 풍운아인 월터 하겐으로 전년도에 이어 우승을 하면서 트로피를 수상할 차례를 기다렸다. 지난해 트로피의 반납자이자 올해의 수상자가 동일인물이 된 것. 그러나 정작 트로피는 현장에  없었다. 주최 측이 물었다. "하겐씨. 트로피를 가져와서 우선 반납 절차를 밟으셔야죠." 월터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안 가져 왔는데, 그다지 뭐 가져올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당시에는 4대 메이저 중에서도 그다지 대접을 받지 못하던 트로피였고 하겐은 그저 트로피 하나가 집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해프닝은 그대로 넘어갔다. 하겐은 이미 3년째 우승에다 1927년 역시 우승을 해서 트로피가 월터의 집에 보관되어 있는 줄로만 알았다. 정작 사건은 2년 뒤인 1928년에 발생했다. 레오 디겔이 하겐을 따라잡고 우승을 했다. 이제 트로피를 반납해야 할 시점이었다. 시상식에서 디겔이 물었다. "트로피가 어디 있나요?".하겐은 우물쭈물하며 몇 년 전 트로피를 잃어버렸음을 이실직고해야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1925년 시카고 올림피아필드에서 우승 후 하겐은 나이트 클럽에서 파티를 했다. 술에 취한 그가 귀가길에 택시를 타면서 트로피는 길바닥에 놔둔 것. 나중에야 사실을 알게된 그는 택시기사에게 호텔로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택시는 그 길로 사라졌고 트로피는 실종됐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트로피의 제공자였던 워너메이커는 "무식한 프로놈 같으니라고...."라면서 노발대발하면서 할 수없이 똑같은 트로피를 하나 더 만들었다. 알 길이 없었던 트로피의 행방은 5년이 지난 1930년에 비로서 밝혀졌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월터 하겐 소유의 골프클럽 제작회사인 영 앤드 컴패니의 창고에서 박스 안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었던 것을 직원이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택시기사는 하겐의 에이전시에게 되돌려주었는데 회사 직원들이 보관을 잘못했던 것이었다. 어렵사리 되찾은 오리지널 트로피는 현재 플로리다에 위치한 PGA명예의 전당에 보관돼 있다.

US오픈 트로피는 복제품을 만들지않고 1895년부터 우승자에게 진품을 수여했다. 1년 간 우승자가 보관한 뒤 매년 다시 반납하는 방법을 택했고,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별 탈없이 잘 이어져오고 있었다. 반세기가 지난 1946년 어느 날, 일리노이주의 탬 오샌터골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느데, 공교롭게도 그 골프장은 그 해 US오픈 우승자인 로이드 맹그럼의 소유로, 그는 클럽하우스에 트로피를 전시해 놓고 골프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화재에 의해 그만 트로피가 완전히 타서 녹아버리고 말았다.  미국골프협회는 부랴부랴 새로운 트로피를 만들었다. 그래도 협회는 그 후 40년이 지난 1986년까지도 새로 만든 진품을 우승자에게 수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82년 디 오픈 트로피를  톰 왓슨이 깨뜨린  사건을 접하면서 뉴저지 미국골프박물관에 영구 보관 시키고 우승자에게는 복제품을 수여하게 됐다.

디 오픈 클라렛 저그

디 오픈 트로피인클라렛 저그에게 큰 일이 발생한 때는1982년. 미국의 톰 왓슨이 우승을 하면서 트로피를 수여 받았다. 문제는 시상식에서부터 발생했다. 1927년부터 영국박물관에서 꺼내온 오리지널은 시상식 때만 잠깐 수여되고 우승자는 복제품을 받는다. 1년 뒤에는 그 복제품도 반납을 해야하는데 분실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협회측은 실수로 왓슨에게 오리지널을 주고말았다. 진품인지도 모른 채 돌아온 왓슨이 우승컵을 보관하던 겨울 어느 날이었다. 습관처럼 실내에서 거울을 보며 이미지 스윙연습을 하던 중 헛스윙이 나가면서 클럽이 무엇인가를 쳤다. 그 무엇인가는 바로 영국이 애지중지하는 단 하나뿐인 클라렛 저그였고, 급기야 트로피는 바닥에 떨어졌다. 왓슨이 황급히 트로피를 집어 들었지만 손잡이 부분에 금이 가버린 심각한 상태였다. 안절부절 하던 왓슨은 수소문 끝에 은제품 전문가를 찾았다. 세심한 작업으로 인해 트로피는 원상태로 복귀된 듯 보였지만 그래도 상처는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왓슨은 정직하게 영국에 통보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협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 버렸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도 협회 관계자들은 깨진 트로피가 복제품인 줄만 알았던 것이었다. 왓슨이 오리지널을 반납하면서 "내가 잘 수리해서 흠집이 났는지 안 났는지 잘 모르겠던걸요?"라고 했지만 나중에야 반납된 트로피가 진품인 줄 확인한 협회는 속만 끓였다. 이후로 오리지널은 아예 박물관에 영구 보관되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유출되지 않았다.

메이저 트로피 4종류 중에 유일하게 마스터즈 트로피만 아직까지 말썽없이 수난을 겪지 않았다. 그만큼 어거스타 내셔널골프장과 마스터즈 주최측이 여타 트로피의 수난사를 알고 있는 터라 철통같은 보안과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스터즈는 우승자의 치수에 맞춰 수여하는 그린 자켓에 촛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트로피의 비중은 덜 한 편이다. 우승자는 골프장에 보관된 진품 트로피의 4분의1에 해당되는 크기로 제작된 복제 트로피를 받게 되며 금으로 만든 메달도 하사된다. 1935년 이래 프로선수들이라면 누구나가 입어보고 싶은 로망의 그린 재킷은 우승자가 1년간 보관하다가 골프장에 반납해야 한다

꿈의 트로피로 여기는 마스터즈 트로피는 모양이 특이하다. 컵 형태가 아니라 조지아 어거스타 내셔널의 클럽하우스를 본 따 만든 소형의 집 모양이다. 1961년 스팔딩 형제가 제작한 이 트로피는 9백 개의 은조각을 섬세하게 이어 붙였다. 아래쪽 부분의 은제 띠에는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이름을 일일이 새겨 넣었다. 원통 모형의 띠는 위, 아래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윗부분엔 1990년 우승자인 닉 팔도까지 적은 다음 여분이 없어 1991년의 우승자부터는 아래 부분에 표기됐다. 원본 트로피는 마스터즈가 끝나고 5월부터는 골프장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철저히 보관되다가 10월부터 다음해 4월 마스터즈가 시작되기 한 주 전까지 클럽하우스 로비에 전시된다.

 

 

이인세 칼럼니스트  webmaster@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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