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흥 회장(전 호찌민한인회장)의 골동품 메르세데스-벤츠가 되살아나서 베트남 호찌민 거리를 달리고 있다. 올해로 32년된 이 노마(老馬)는 성능이 아주 좋아져서 이제 소음도 내지 않고 편안하게 굴러다닌다. 그는 만족해서 말한다.
“너무 잘 나간다. 비록 출혈은 심했지만 상·하체, 엔진, 쿠션을 모두 고쳤다. 네 바퀴도 싹 갈고 나니 새 차를 타는 기분이다. 고치길 잘 했다.”
이 벤츠차의 등록증에는 ‘1980년도 생산, 메르세데스-벤츠 230E’라고 명기되어있다. 베트남 호찌민시 번호판은 52T-0796번.
작년 들어서 벤츠차는 고장이 잦았다. 엔진이 소음을 내며 떨고 변속기어에서 끽끽하는 소리가 났다. 펑크도 잦았다. 주위에서는 새 차를 사라고 성화였다.
마침내 차주 이순흥 회장은 대수리를 하기로 결심한다.
◇1980년도 생산 230E형…수공업 해체작업
작년 6월15일 그는 벤츠를 단골 수리공장에 집어넣었다. 호찌민시 7구 응웬후토거리 335번지에 있는 ‘탄롱자동차공장’은 낡은 벤츠차를 하나하나 해체하며 수리해 나갔다. 모두 수작업이었다.
지붕을 비롯한 차체의 철판을 모두 벗겨내 형해만 남았을 때는 말 그대로 고철이었다. 녹이 난 바닥의 철판도 교체했다. 이렇게 상·하체를 새 철판으로 바꾼 것은 물론 엔진과 변속기어를 분해수리하고 쿠션과 타이어를 교체했다. 사이드미러도 새것으로 달았다.
말 그대로 뼈를 바꾸고 태를 벗겨 면모를 일신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한 것이다.
당초 수리기간은 3개월로 잡았는데 자꾸 연장되어 장장 6개월이 걸렸다. 수리비는 모두 6000만동, 약 300만원이 들었다.
◇"벤츠차 같은 내 인생"
요즘 그는 잘나가는 벤츠에 만족하여 독일에서 새 차를 주문해 왔다고 농담을 한다.
이순흥 회장은 아마도 32년 된 이 벤츠차에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낡고 낡아도 좀처럼 성능이 다하지 않는 벤츠와 한 시대의 풍상을 뚫으며 살아오고 살아가는 자기의 인생을 견주어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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