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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9 18:3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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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외환은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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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외환은행이라는 이름은 해외 경제활동을 펼치려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반드시 걸쳐야 하는 금융본부'였다.

비록 지난 1997년 국가 외환위기를 겪으며 외환은행을 외국자본에 의탁시켜야 했지만 상당수 국민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국가를 대신하는 대표적인 외환창구로 인식돼 있다.

15년동안의 오랜 외유를 끝내고 외환은행이 마침내 '론스타'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내 자본의 품으로 돌아왔다. 외환은행은 이 기간동안 자신들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주주 최우선'의 기치를 내세운 외국자본과 그에 수반되는 병리적 문화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됐었다.

17일 새벽에 타결된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간의 협상은 그래서 단순히 '은행간 결합을 위한 줄다리기'만이 아니라 토종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은행과 이종문화 결합을 강요받아오던 은행간의 '문화 협상'이기도 하다.

주목할 내용은 협상을 통해 타결된 내용의 상당수가 '외환은행 편의주의적'이라는 점이다. 향후 5년간 독립법인과 행명을 유지하고 인사와 노사관계에 대한 지주사의 간섭이 전면 금지됐을 정도다. 심지어 론스타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쌓아올린 외환은행의 임금, 복지후생 등도 현행대로 건드리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오죽하면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양보가 많았다"고까지 언급했을까.

협상을 너무 잘해서 질투를 하는 것으로는 오해하지 마시라.

지금까지의 외환은행과 앞으로의 외환은행은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들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우여곡절과 파행, 옆에서 지켜보기 아슬아슬할 정도의 내외부 갈등.
지난 15년동안 외환은행은 때론 너무 공감이 가서 안쓰러운 대상이었고, 때론 너무 이기적으로 비춰져서 불쾌했던 대상이었다. 툭하면 이어지는 총파업과 출근 저지투쟁은 외환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던 영업창구에선 공공연하게 '고객들이 다른 은행을 선택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의 행태를 감추지 않았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국자본에 예속된 순간부터 국책은행이었다는 과거의 자부심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론스타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서 였는지, 은행원의 자존심을 위해서였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외환은행이 보여준 그동안의 모습들은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이 '론스타' 꼬리표를 뗀다는 것은 외환은행에게 새로운 성숙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고객들을 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착한 금융'이 되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사족이지만 하나금융과의 협상타결이후 외환은행 노조 측이 보인 반응은 기자를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9년 간의 론스타에 대한 불법 지배 투쟁에 대해 "이제는 과거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향해 '론스타 실체 의혹'을 던지며 논란을 주도했던 그 외환은행이 이 외환은행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고객을 외면하면서까지 펼쳐왔던 외환은행 노조의 '론스타에 대한 투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쓸데없는 호기심이겠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이 질문에 대해 "다 알면서 뭘..."이라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을지 아닐지 상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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