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명기의 목장통신-FTA 시대의 농촌 경제 회생방안 제안서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훈련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어 새벽 4시부터 뒤척인다. 걱정들이 가슴에 밀려들고, 불완전한 미래들이 깨알 같은 거미가 되어 어둠 속 천장 위를 기어 다닌다. 오전 9시의 테헤란로 같은 시간들을 간신히 밀어내고 아침이 되었다.

새벽을 기다린 것은 나만이 아니다. 밤새 밥 먹을 시간만을 기다린 말들에게 가 아침 사료를 챙긴다. 허겁지겁 사료와 건초를 먹는 말들을 보며, 내가 먼저 포만감을 느낀다. 동물을 길러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짐승이 먹이 앞에 얼마나 순수해지는 것인지. 참고로 말은 자기 몸무게의 2%를 기준으로 운동량 등을 가감해 먹이량을 조절한다. 500㎏짜리 말이면 하루에 10㎏ 이상을 먹는 것이다.

말들의 습성 중 하나가 자기 밥을 두고 남의 밥을 먼저 빼앗아 먹는 일이다. 남의 것을 먼저 먹고 자기 것은 나중에 천천히 먹으려는 심보다. 그러다 보니 전부 자기 왼편이나 오른편의 밥을 먹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것은 남이 먹게 되고, 자신은 남의 것을 먹는 꼴이 된다. 그 기묘한 습관을 보며 ‘짐승 같은’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어쨌든 자신의 밥이나 일, 사랑을 두고 남의 것을 욕심내는 인간들은 모두 짐승 같은 존재다. 인간은 간혹, 아주 간혹 남이 배부른 것을 보고 기뻐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승마를 통해 농촌경제를 회생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 콘텐츠 개발=하루 종일 농촌에 머문다고 해도 말을 타는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하다. 승마장과 연계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개발로, 승마장에 지역 문화 관광의 요충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시로부터 온 관광객들이 먹고 자는, 모든 비용이 그대로 농촌에 흡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보급해야만 한다.

뭔가 자꾸 지으려는 공무원들을 좀 말려야 한다. 돈 들일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기계적이고 도회적인 것은 확실하게 제외시켜야 한다. 푸른 초지나 작은 개울, 커다란 미루나무 정도면 충분하다. 자연은 자연그자체로 완벽하다. 도시인들이 넋을 놓고 바라볼 어떤 풍광, 심신을 달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오히려 전봇대나 비닐하우스 등을 효과적으로 경치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

나는 승마장 컨설팅을 할 때도 반드시 전문 사진작가를 대동하고 그의 시각을 우선시 한다. 그의 눈에 피사체가 아름다우면 그 지역의 관광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또한 이런 문화 콘텐츠는 가능한 여러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은퇴 노년인구를 활용해 노년층 인구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까운 인력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만 한다.

◇재활승마=중증장애인들이나 발달장애 어린이들은 일상에서 힘든 운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들은 근육이 점차 물러지게 돼 보다 심각한 장애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재활승마를 할 때, 비명을 지르면서도 말에서 잘 내리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에 굉장한 변화인 것이다. 온힘을 다해 말에 매달리고 말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기기, 앉기, 무릎으로 서기, 일어서기, 걷기, 도약 등에 필요한 대 근육들이 저절로 발달하게 된다. 또한 거대한 말을 타며 자신감이 회복되어, 스스로 자신의 재활치료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국가 복지 차원에서 재활승마를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FTA(자유무역협정) 수혜업종에서 나오는 이익 분을 이런 사회복지로 돌려 장애인들과 축산농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재활승마는 인력이 많이 든다. 재활인 1명에 치료사가 3명 이상씩 보조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재활인 수는 250만 명, 이중 30%만 재활승마를 한다면 75만 명이다. 이들이 바우처 기금으로 말을 탄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승마산업은 한동안 모든 말을 다 동원하고, 모든 인력을 다 동원해도, 10년 이상은 숨도 못 쉬고 성장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는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의 협력이 필수다. 제도적으로 약간의 물꼬만 터줘도, 농촌의 미래는 승마를 통해 고속 성장할 수 있으며 젊은 피들을 대거 농촌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

◇법과 제도의 정비=현재 승마장들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비싼 지가(地價) 때문이다. 도시 근교에서는 빈 땅에 창고만 지어 임대해도 승마장의 몇 배 수익이 나는데 누가 승마장이나 축산을 하겠는가.

휴농지에 모래만 뿌려 승마용 운동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농지법을 개정한다. 경작이나 축산이나 똑같은 농업이므로 같은 땅이라면 보다 고소득의 농사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추후 식량난이나 식량이 무기화되었을 때는 모래만 걷어내고 다시 경작을 하면 그만이다.

승마장은 자연 환경을 훼손할 일이 없다. 나무 그늘 사이로 말을 타고 달리면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도시 인근의 그린벨트 지역에 승마장을 허가해 줘 도시민들이 그린벨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린벨트가 풀릴 때까지 승마장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그에 걸맞은 처벌도 있어야 할 것이다.

◇도시 자율 민생치안, 소방서, 국립공원, 일선 경찰서 등에서 기마단 운영=이미 몇 개 단체들은 시범 운영을 하고 있으나, 열악한 예산 내에서 승마 동호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어 그 효과가 미미하다. 국가의 지원에 의한 정규적인 조직을 만들어 대 국민 홍보 효과를 높인다.

◇각 군부대마다, 군인들의 심신을 수양하기 위한 승마교육 및 군마대 육성=전국에 퍼져 있는 군부대에 일정 수량 (10~20필) 가량의 마필을 조련하고, 단조로운 군 생활에 장병들의 활력소가 되게 한다. 군인 체력단련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고,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승마를, 군 복무기간 중 교육받는다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다.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전통 마상무예와 격구 등의 종목을 군에서 조련하고, 각종 지역 축제행사와 장애인 재활승마 등에서 군부대의 군마대 퍼레이드, 지역 주민 무료시승회 등으로 봉사하면 사랑받는 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에서 호밀로 만든 군대가 주는 교훈을 생각하자)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훈련대장 allbaro1@naver.com
 

저작권자 © SDG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지속가능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