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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시장 사태 본질 꿰뚫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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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인천시장이 제가 사는 아파트 같은 라인 4개층 위로 2개월간 이사를 온다네요. 터가 좋은가 봐요" 인천시를 출입하는 뉴시스 차성민 기자는 회식자리에서 선·후배 기자에게 은근히 자랑했다.

 
차 기자는 지난달 결혼을 앞두고 3개월여 전에 청라의 모 아파트에 신혼둥지를 틀었다. 첫 살림터에 인천시장이 자신이 살고 있는 같은 라인 4개층 위로 이사를 온다는 소식에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반색했다.
 
마침 인천시의 보도자료를 보고 자신이 직접 송영길 시장 부부가 2개월간 청라 아파트에서 생활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작성해 내보냈던 터였다. 그렇게 차 기자는 송 시장과 2개월간 이웃사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차 기자는 출·퇴근할 때 혹시라도 마주칠까하는 마음에 송 시장의 차량이 주차돼 있는지 늘 관심을 갖고, 아내에게 "송시장이 퇴근하셨나?"하며 창문을 열어보곤 했다고 한다.
 
주말에는 4개층을 올라가 시장의 인기척이 있는지 어린아이처럼 문 앞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동네 한 교회에서 꽂아놓은 주보만 일주일치가 있는 등 사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썰렁했다.
 
더욱이 차 기자는 송 시장에게 부과된 1개월분 관리비 청구서를 우연히 보게된 뒤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도시가스, 온수 사용량이 모두 '0'으로 기록돼 있었던 것. 게다가 관리소 관계자로부터 이웃 주민에 이르기까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모두 물어봤지만 송 시장을 만났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인천시장, 청라지구 현장체험을 마치며"라는 시 보도자료는 이번 뉴시스 보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자료엔 "2개월 동안 주민과 동고동락하면서 매립지 악취문제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을 직접 느껴 보고자 청라에 입주, 자전거를 타고 주변 현장을 체험하면서 악취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수렴과 개선 방안을 마련코자 …"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송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라면을 끓여먹어 가면서…"라며 청라 거주 사실을 전했다. 신문과 방송도 시 보도자료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일제히 보도했다.
 
차 기자는 '상식과 합리적인 의심'으로 이 상황을 돌아봤다. 그리고 12월4일 "송영길 시장, 라면도 안먹었다? 말 뿐인 청라입주"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시장의 노력과 업적을 홍보하는 것은 대변인실 본연의 의무다. 이에 따라 대변인실은 언제나 시장을 '아름답고, 착하고, 선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싶은 강렬한 유혹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넘어서는 안될 금도가 있다. 공인인 시장에 대한 내용은 사초이기 때문에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 지나친 홍보 욕구에 사로잡히면 보도자료를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차 기자의 기사에 대한 시의 반응은 의외였다.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중재신청을 한 것도 모자라 해당 기자를 '시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관계당국에 고소한 것. 
 
언중위는 그러나 지난달 30일 "뉴시스의 기사가 잘못된 보도라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신청인(인천시)이 다툴만한 현저한 사실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조정절차를 종결하고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송 시장은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한다. 결혼을 앞둔 출입기자에게 시장이 같은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소식은 반색할만한 뉴스였다. 그러나 같은 단지에서 시장을 한번도 만나볼 수 없었던 기자는 시의 홍보자료를 받아 본 순간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눈으로 보고 확인한대로 작성한 기사를 시에서 '고소'로 대응하는 순간 기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시의 태도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이 사건은 하나의 '사태'로 확전됐다.
 
이 사태의 원인은 보도자료의 과장과 왜곡이다. 기자의 입장에선 송 시장의 청라 입주 2개월은 사실상 2개월간의 동행취재와 다름 없는 커다란 기회로 여겨져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봤기 때문에 왜곡된 보도자료를 받아보는 순간 이를 바로잡아야한다는 기자의 본능이 작용했던 것이다.
 
송 시장은 과장된 홍보에서 비롯된 이 사태의 핵심과 본질을 꿰뚫어보고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보고 상황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송 시장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육해공 심야야합, 쿠테타" 1961년 5월16일 민족일보의 1면 머릿 기사의 요체다. 그리고 4개월여 만에 발행인 조용수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처형됐다.
 
그는 당시 박정희 군사 독재의 첫 언론 희생양이 됐지만 47년이 흐른 2008년 모든 명예와 지위, 인권이 회복됐다.
 
조용수 사건의 교훈은 간단하다.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순간, 언론은 목숨을 걸고 실체적 진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사는 진실의 편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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