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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국립대인가 주식회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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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총장 안경수)가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축, 인천대학교 국립대 전환 및 서구 주경기장 국비지원 확정' 
 
여야 정당, 신한은행 등도 비슷한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어 시내 육교난간을 도배하다시피했다. 그러나 ‘국립대학교’와 ‘국립대법인화’는 사뭇 다르다. 국립대학교란 국가를 운영주체로 한다. 국가제도와 예산에 의해 운영된다. 교직원들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며 학생들의 등록금은 교육부에 의해 조정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대, 전남대, 경북대 등이다. 
 
그런데 ‘법인화(法人化)’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국가가 아닌 이사진이 운영주체가 된다. 교직원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 되며, 등록금은 이사진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노력하기에 따라 성장할 수도 있고, 또 망할 수도 있다.
 
‘법인화’ 깃발은 서울대가 제일 먼저 들었다. 서울대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학교 안팎의 극명한 찬반논쟁 속에서 “서울대를 국립에서 법인으로 전환시켜달라” 고 요구했다. 
 
그 주된 이유는 사학의 맹렬한 추격과 글로벌 대학으로서 경쟁력의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경영대 분야는 연세대, 법학분야는 고려대, 과학분야는 KAIST와 포스텍이 두각을 나타내고, 삼성의 성균관대 특성화 전략까지 겹쳐 서울대는 제반 분야에서 추월당하고 있었다. 
 
이런 외적 상황 외에도 서울대 법인화가 가능했던 것은 탄탄한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오랜 전통이 축적돼 있고 교육기관으로서 대표성과 견고한 종합 인프라를 갖췄다. 게다가 교수진과 학생, 교직원들의 역량에 대한 확신과 긍지를 바탕에 깔고 법인화를 추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울대는 국가제도의 틀을 벗어나도 자체역량만으로 예산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학교, KAIST 등 4개 대학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2011년 말 국회에서 국립대학교 법인화법이 통과됐다.
 
이제 인천대학교로 초점을 압축해 보자. 핵심은 "경북대나 충남대처럼, 인천대가 과연 시립에서 국립대학교로 전환되는 것이냐”라는 물음이다.
 
그 답은 “아니오”다. '국립대법인화'란 개념은 국립과 사립의 중간지점 어딘가에 위치한다. 법안통과의 산파역인 황우여 의원측은 "이를 ‘공기업과 비슷한 개념’이라면서 “국가정책이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해도 국립화가 될 것"이라는 놀라운(?) 견해를 피력했다. 
 
인천대 국립대법인화 사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이 걸린다. 그 동안 인천대가 서울대와 카이스트와 같은 글로벌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일이 이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인천대학교는 국립대법인화를 스스로 ‘인천대 국립대 전환’이라고 포장해 자축하고 있다. 
 
인천대 담당팀장은 '국립대 전환'이란 표현을 “교육법에 의거해 작성한 문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장실에서는 “현수막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으나, 국립대와 국립대 법인화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시립 인천대학교의 국립대 전환은 안상수 전 시장 때 시작돼 송영길 현 시장에 와서 '국립대 법인화'로 결실을 맺었다. 그 법안통과의 산파역은 황우여 의원이다. 
 
이들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 할 공통 지점이 있다.
 
“15년 뒤 인천대학교의 성격과 내용은 주식회사 인천대학교인가? 국립 인천대학교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국립대 법인화와 그 이후’의 현실과 과제를 논쟁과 토론을 거쳐 제대로 그려봐야 한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4월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인천의 교육대계가 선거판의 헛된 구호로 왜곡되거나, 진실이 유폐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인천 시민연대는 의미깊은 지적과 함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시장경제 논리인 법인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인천대 국립대 법인화 전환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게 된다”는 게 그 주장의 요지이다. 
 
국립대와 국립대법인화 사이에 놓여 있는 오해와 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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