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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네팔에 심은 한국의 꿈 '히말라야의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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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겸 칼럼]네팔에 심은 한국의 꿈 '히말라야의 호랑이'<사진=뉴시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계사년 입춘(2월4일)을 맞이해 1월 31일과 2월 4일 양일간 입춘 세시행사를 진행했다. 박물관 중앙로비에서 관람객에게 입춘첩을 직접 써서 나누어주는 한편 전통한옥인 오촌댁 대문에 입춘첩 붙이기를 시연했다.

입춘에는 봄의 희망을 담아 한 해 동안 길한 운과 경사스러움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고 풍년을 바라는 여러 세시풍속이 전해진다.

특히 각 가정에서는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용호(龍虎)’라는 기복(祈福)과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닌 글귀를 쓴다. 여기서 호는 범 즉 호랑이를 말한다.

단군신화에 처음 등장하는 호랑이는 웅녀처럼 사람은 되지 못해서 그런지 우리 선조 곁에서 쉽게 떠나질 못한다.

주역(周易)에서 호랑이의 방위를 지칭하는 인방(寅方)도 만주와 우리나라를 지목하는 동북방인 것을 보면 우리 민족과 호랑이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듯하다.

일명 까치 호랑이 즉 작호도(鵲虎圖)에 나오는 새끼표범 같은 귀여운 호랑이 있는가 하면 정말 귀신도 무서워서 도망갈 만한 성난 얼굴을 한 괴호도(怪虎圖)까지 우리 선조가 바라본 호랑이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산신령이나 산군자(山君子)로도 불리는 호랑이는 4방의 수호신 가운데 하나인 서백호(西白虎)로도 유명하다.

인도 네팔에 서식하는 로열 벵골 호랑이가 생물학적으로는 바로 흰색 호랑이인 백호에 속한다고 한다. 네팔 분자역학센터(CMD, Center for Molecular Dynamics) 대표 사미어는 야생동물 연구 분야에서 네팔 호랑이 유전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네팔에서 발견되는 벵골 호랑이들의 광범위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멸종할지도 모르는 호랑이들의 DNA를 축적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호랑이의 뼈는 사악한 기운과 병독의 발작 등을 멈추게 하며 코는 미친 병의 치료, 이빨은 종기의 부스럼, 털가죽은 사악한 귀신을 놀라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근래 호랑이가 희귀해지면서 호랑이의 모피, 한약재로 쓰이는 뼈 등의 가격이 치솟아 1993년부터 판매가 금지된 중국에서는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암시장에서 한 마리에 5만 달러를 호가하면서 밀거래되고 있다.

밀렵에 대한 처벌 전례도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중국 등의 수요를 맞추고자 인도에서는 여전히 밀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야생동물보호사의 왕웨이(王偉) 부사장은 서양 동물보호 단체가 호랑이 뼈 판매 금지 해제를 반대하는 것은 중국 전통의학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호랑이 뼈는 중국 전통 의학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가정상비약으로 만병통치약으로까지 사용된 호랑이 연고(Tiger Balm)는 지금도 두통이나 벌레 물리고 삐고 멍든데 쓰인다.

하지만 파스를 비롯한 대용상품이 개발된 시점에서 멸종돼가는 호랑이 뼈 등을 굳이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세계 호랑이의 날인 지난 7월 29일 네팔에서 사는 야생호랑이 숫자가 2009년 121마리에서 올해 198마리로 63% 늘었다.

네팔 관리들은 이번 조사결과를 야생호랑이 숫자를 늘리는 데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네팔의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보호부 메그 바하두르 판데이 심의관은 말했다.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첫 ‘호랑이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비롯해 인도와 네팔 등 호랑이 서식 국가들은 호랑이 개체 수를 2022년까지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 참가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세계야생동물기금 WWF(World Wildlife Fund)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선행을 했다.

최고포식자인 호랑이 중 수컷 한 마리는 북한산국립공원 전체에 해당하는 넓은 영역을 차지한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 정도 넓이의 숲이 있어야 한 마리가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큰 산 하나에 보통 두세 마리의 호랑이가 있으니 산신령이나 그 가족들과 다름없다.

산업화 이후 호랑이의 97%가 줄어들어 현재 2~3000여 마리로 줄어든 이유도 불법적인 밀렵과 광범위한 벌목, 먹잇감 손실, 그리고 인간 탓에 서식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4일 미국 미시간 주립대 이스트 랜싱 캠퍼스의 시스템 통합 및 지속가능성 센터와 네팔 연구자들은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을 통해 호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였다.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산자락에 있는 세계적인 호랑이 서식지인 치트완 국립공원에는 121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과 자동차의 출입이 호랑이의 출현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호랑이와 사람은 똑같이 이동이 쉬운 대로를 함께 이용했지만, 시간대만은 달랐다.

보통 호랑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지만, 이곳 호랑이는 인간의 땔감 채취가 집중되는 낮 동안 거의 출몰하지 않았다.

반면 사람들은 호랑이가 ‘출근’하는 저녁부터 숲에 가는 것을 꺼렸다. 호랑이와 사람들은 마치 교대근무자처럼 사람은 주간 근무를 호랑이는 야근하며 한 장소를 사이좋게 공유하고 있었다.

사실 이 지역에서도 호랑이에게 가축을 빼앗기거나 사람이 잡아먹히는 사례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실제로 주민들이 호랑이를 목격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2001년 10월 31일 이 부근 나왈파라시 3개 마을에서 10일간 잇따라 주민 6명이 호랑이에 물려 죽은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네팔 지역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을 습격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숲이 황폐해지면서 서식처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도 2명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 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는 첫 번째 여행지였던 네팔에서 진짜 호랑이를 만났다고 한다.

마을에서 큰 소리가 나서 안내자에게 물어보니, 동네에 호랑이가 출몰했다며 송아지를 잡아먹고 배부르면 우린 안 잡아먹는다고 농담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말했다.

지난 8월 2일부터 14일까지 NGO 나마스떼코리아는 제2차 ‘네팔의 심은 한국의 꿈’ 프로젝트를 마차푸추레가 보이는 네팔의 카스키주 담푸스에서 진행했다.

한의학 의료봉사와 전통놀이봉사가 주가 된 제1차와는 달리 한국어교육과 문화교육이라는 재능기부가 중심이 됐다.

행사에는 담푸스 공립학교 9학년과 10학년의 80여 명의 학생이 5일간의 집중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감동하게 했다.

8월 5일 첫 수업에 앞서 열린 현지적응을 위한 오스트리아캠프로의 아침 트레킹에 참가한 전 중앙우체국장 정순영 명예단장을 비롯한 14명의 참가자는 산길에서 굳은지 얼마 안 된 커다란 똥을 발견했다.

가이드는 근처에 호랑이가 있으며 최근 자주 출몰하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시킨다.

무시무시한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온 것을 보면 사람의 발길이 자주 안 닿는 히말라야의 자연에서 이제 지구의 3000여 마리에 불과한 야생 호랑이 가운데 한 마리가 인간과의 공존을 꾀하기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뉴시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galm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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